[3차 긴급 좌담회] 북·미 회담 연기는 ‘나쁜 신호’ … 한국이 설득 나설 시점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18-11-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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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문가 6인 긴급 간담회
미 민주당, 대북정책 견제 가세로
남·북 협력할 공간 더 줄어들어
북·미, 남·북 관계개선, 균형 잡아야
워싱턴 정치 극단화 심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탄핵은 쉽지 않아
공화·민주 ‘중국 때리기’ 이견 없어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핵 전망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주최로 지난 8일 서울 월드컬처오픈 코리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여섯 명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권만학 경희대 교수,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김수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유환 동국대 교수, 박영호 강원대 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김경빈 기자]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하원 장악과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로 막을 내렸다. 이에 지난 8일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주최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여섯 명의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사회는 김수정 논설위원이 맡았다.
Q : 선거 결과를 총평한다면.
A : ▶위성락(서울대 교수)=“미국 쪽에서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공화당은 더 오른쪽으로, 민주당은 더 반대쪽으로 가는 극단화 현상이 심화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성향으로 볼 때 앞으로도 자기 어젠다 중심으로 몰아갈 것이다. 대립은 심화할 것이다.”
▶박영호(강원대 교수)=“향후 2년 동안 이민·감세 등 국내 이슈와 관련해 민주당이 제동을 많이 걸 것이다. 대신 트럼프는 자기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외교정책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박인휘(이화여대 교수)=“경제 호황이 트럼프 선전의 중요 포인트였다. 의미 있는 지역의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했고 선거를 치르면서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되면서 재선 도전 환경도 좋아졌다.”
▶황지환(서울시립대 교수)=“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모멘텀은 유지됐다고 본다. 경제 상황이 매우 좋아서 본전은 했다고 본다.”
Q : 선거 결과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커졌나. 반대로 탄핵 가능성은.
A : ▶권만학(경희대 교수)=“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 유권자의 77%가 탄핵 찬성이다. 반면 지도부는 신중하다. 탄핵을 시작하더라도 트럼프 임기 종료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탄핵 추진은 어쨌든 민주당에 다음 대선의 호재다.”
▶위성락=“이번 선거를 통해 트럼프와 지지세력 간의 ‘끈끈함’이 과시됐다. 재선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는 건 확대 해석이다. 탄핵은 극단적 선택(nuclear option)이다. 정치 공세를 취해 트럼프 재선을 막고 정권을 뺏어오는 쪽으로 가자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일 것이다.”
▶황지환=“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다고 해도 탄핵 추진은 어려운 구도다(탄핵 요건은 하원 과반수, 상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 공화당이 사실상 트럼프당이 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Q : 미·중 무역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까. 한·미 동맹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A : ▶위성락=“미·중 무역문제는 찬반양론은 있지만, 중국의 무역행태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특히 무역 전쟁에서 성과를 내면 재선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박인휘=“관심 가는 대목은 향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인선이다. 선거 직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경질됐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가까운 시일 내에 교체될 것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포함한 주요 포스트 변화가 대외전략에 미칠 영향이 꽤 클 것이다.”
▶권만학=“미국의 동맹관계 재조정은 마무리됐고 이제 타깃은 중국이다. 미·중 갈등은 구조적으로 30년은 갈 거다. 해소되기보다는 심화와 완화를 계속 반복할 것이다.”
▶박영호=“한·미 동맹은 비용의 문제가 돼버렸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수준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해야 지속가능한 한·미 동맹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한국엔 어려운 상황이다.”
Q : 대북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A : ▶박인휘=“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까지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는 2020년 대선까지 트럼프의 살아있는 정치적 자원이다. 현재 대북 정책의 기조에는 민주당도 동의한다. 다만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 대해 꼼꼼히 따질 것이고 인권 이슈도 어젠다화할 것이다.”
▶위성락=“핵 문제의 향배는 행정부 내의 다양한 의견에 달려있다. 트럼프식, 볼턴식, 폼페이오식, 매티스식 접근이 각각 달라 상호 작용을 눈여겨봐야 한다. 인적 개편에서 매티스 교체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합리적인 목소리가 줄어든다. 한국이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매티스가 사라지면 한·미 동맹이 약화할 우려도 있다.”
▶권만학=“트럼프와 민주당 사이에 차이는 있다. 민주당은 북한이 넘어야 할 협상 문턱을 높일 것이다. 검증을 강조하고 제재 유지 입장은 훨씬 강할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교수)=“지난 8일 폼페이오-김영철 고위급 회담 연기도 선거 후 새 정치 지형을 고려해서 새로운 포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인 것 같다.”
Q : 협상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A : ▶위성락=“회담이 또 연기됐는데 북·미 간 막후 협의가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이 회담을 미룬 것은 ‘나쁜 신호’다. 우리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북·미 간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한국의 운신 폭이 대폭 줄어든다. 교착상황을 풀기 위해 미국과 북한에 조금 유연하게 물러설 것을 주문해야 할 시점이다.”
▶황지환=“‘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 보장’ 협상 구도에서 ‘순서(sequencing)’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서 회담이 연기된 것이다. 정부는 동시 행동을 위한 시간표와 구체적인 순서와 관련해 세부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서 북·미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박인휘=“트럼프 행보를 보면 북한 문제는 이제 급한 불은 껐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협상 국면에서 위기관리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막아야 한다. 지난 2년간 한국의 대북정책 행보에 대해 미국의 불만이 많이 쌓였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집권 후반기에는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에 균형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고유환=“지금 정체 국면에 빠진 것은 북·미 간에 신뢰가 부족해서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신뢰할 만하니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신고-검증이 중심이 되는 미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남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영변 핵 단지 폐기 카드를 합의해 미국에 제시했다. 이제 미국이 답을 내놔야 한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관계가 과거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남북관계는 어느 정도 독자성을 갖고 제재를 크게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앞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위성락=“미국의 의견은 비핵화 진전 속도와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 미진하다고 생각해 이번에 (한·미 워킹그룹 출범을 통해) 좀 더 강력한 견제가 들어왔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의 추가 견제라는 현실을 심각하게 보지 않으면 우리가 갈 길이 험하지 않을까 싶다. 비핵화가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지, 순서가 반대로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황지환=“남북 및 북·미관계는 동계올림픽 팀 추월 경기와 비슷하게 가야 한다. 한 명이 앞으로 아무리 빨리 가도 뒤에서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뒤처지는 것이다.”
▶고유환=“북한의 핵 개발 동기는 북·미뿐만 아니라 남북 적대관계에도 있다. 지난 9월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상당한 긴장 완화 조처를 했다. 북한의 핵 개발 동기 차원에서 남북관계 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가 안 되면 비핵화 결단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간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북·미 간에 비핵화 초기 조치와 상응 조치 간에 합의할 여건이 됐다고 본다.”
▶위성락=“이제부터 한·미 협의를 전보다 강화해야 하고 행정부 외에 민주당과도 해야 한다. 전례를 보면 미국이 남북관계에 제동을 세게 걸면 북한은 한국을 비난한다. 벌써 그런 움직임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잘못 추진해 미 행정부와 의회의 강한 견제를 받고 북한도 다른 이유로 비난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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