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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23] “한·일 라이벌 아니다…지역 공동체 협력을”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3-12-14 11:10    768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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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협력 없이 동북아 평화는 구축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글로벌 공급망 지각변동 속에 경제와 안보 환경이 유사한 한·일 양국의 공동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두 나라 간 안보와 경제 분야의 협력은 필수다. 4일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일 공동 학술회의’에서의 제안이다.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지형이 과거에 볼 수 없는 초불확실성에 놓여 있는 만큼 올해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로 조성된 분위기를 살려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제 라이벌이 아니라 함께 시장을 키우고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에서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또 안보 분야에서 한반도 유사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유엔사령부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과의 안보 분야 협력도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날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학술회의 환영사에서 “막다른 골목이라는 뜻의 아포리아(APORIA)라는 말이 있는데, 한·일 양국은 한동안 출구가 없는 아포리아에 갇혀 대립과 반목을 거듭했다”며 “유럽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증오와 불신을 청산하고 유럽연합(EU)을 탄생시켰다. 우리도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한 제3의 해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앞장서고 중국까지 참여하는 아시아 지역 협력 공동체의 꿈을 가져야 한다”며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학술회의 축사에서 “일본의 입장에서 1+1을 3이나 4로 만들 수 있는 파트너는 한국뿐”이라며 “(한국은 일본의) 이웃 국가며 오랜 기간 구축한 경제인들 사이의 상호 신뢰, 가치관 공유, 강점과 약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대는 바뀌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며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평화 오디세이 2023-일본 도쿄: 인도·태평양 평화를 향한 한·미·일 협력의 길’을 주제로 열렸다. 평화 오디세이는 한반도의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강대국들의 각축으로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동북아 현장을 탐방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왔다. 


2015년 오디세이 첫 출항에서 북·중 국경을 답사하며 분단의 현실을 직시했고, 2016년 러시아 연해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오디세이가 됐다. 특히 5일과 6일은 요코다 공군기지와 요코스카 해군기지 등 일본 내 유엔사령부 후방기지를 찾아 한·미·일 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첫 일정으로 이날 학술회의에 참석한 60여 명의 한·일 전문가는 한국과 일본은 경쟁자이면서 상호 보완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경제·안보 협력을 더 늘려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올해 한·일 정상회담과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돈독해진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 한·일 양국이 새로운 안보 및 무역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협력이 국민에 도움, 여론 키워야”

이주인 아쓰시(伊集院敦)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의 사회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람직한 한·일 경제협력 방향’ 세션에선 최근 한·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과 국내 생산을 중시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대두하고 있다”며 “기업과 정부가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제도 확립과 제3국 공동 진출을 위한 인프라 제공을 양국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한·일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며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모빌리티 등 산업에서의 협력은 양국 모두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교수는 “한·일이 경쟁하던 과거의 구조는 끝났다. 일본은 탈공업화 중이며, 한국 제조업의 생산원가는 일본보다 저렴하지 않다”며 “ 탈(脫)탄소 등 양국이 협력할 분야는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 문제에 있어선 양국 협력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여론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토론에서 스즈키 가즈토(鈴木一人) 도쿄대 교수는 “한·일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본적으로는 분업하고 있다. 라이벌이라기보단 보완관계”라면서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우주 분야에서 한·일이 민간 벤처기업을 통한 로켓·위성 공동개발 등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은 “개인적 경험에 비춰보면 한·일 간 경제협력의 기초는 양국이 똑같은 것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는 것”이라며 “결국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의 입장에서 내 입장을 정리하는 게 해법”이라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 모두 제조업이 강한 국가”라며 “결국 자유로운 왕래와 같은 미래지향적 제도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는 “한·일·대만의 공동 발전이 필요하지만, 인재 유출 등 경제 안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한·일 관계가 나빴던 상황에서도 일본과 손잡고 노후 자산운용 상품을 출시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금융도 수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금융협력도 양국 간에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사회를 맡은 ‘동북아 유사시 한·미, 일·미 동맹의 전략적 연계와 한·일 안보협력 과제’를 논의하는 세션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지난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공동선언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전략적 공조 강화를 통해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럴수록 유엔사의 역할이 커지고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구로에 데쓰로(黒江哲郎) 전 일본 방위성 사무차관은 “국제사회의 안보 거버넌스가 흔들리면서 일본의 외교적 노력도 긴요해졌다. 그 구체적인 방안이 한·미·일 안보협력”이라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격동하는 국제질서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 평화의 등줄기를 만들었듯이 한·일이 아시아의 독·프처럼 되길 바란다”고 했다.

“중국과 협력 어떻게 할지도 고민해야”

또 스기타 료키(杉田亮殼) 전 니혼게이자이신문 회장은 “한국의 문화는 일본에 들어온 반면 일본 문화는 아직 한국에 상륙하지 않았다”며 “양국의 문화 교류를 통해 국민끼리 연결된다면 정치적으로 흔들리더라도 (끈을 이어가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전 주러시아 대사)은 “우리 정부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의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 가능하려면 양국 정부가 여론을 유도하고, 민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한·미·일 협력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 살아남느냐의 문제”라며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일 관계가 좋지 않으면 한·미 동맹 강화가 잘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를 어떻게 낮출 것인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력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LS그룹 의장)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정승조 전 합참의장 등 전·현직 관료,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 오피니언 리더 4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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