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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비전포럼4] “살아만 있자” 중국은 식량·에너지 고갈까지 대비한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0-06-03 10:54    1,820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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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략과 대응 연속 진단〈4〉 



“취업, 민생, 시장주체(기업), 식량·에너지, 공급사슬, 말단 행정을 지켜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발표한 올해 시정방침의 요지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 식량과 에너지가 바닥나고, 소재 공급이 아예 끊기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만 있자(活着)”는 대비책으로 읽힌다. 1일 ‘중국 전인대(全人大)를 통해 본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주제로 열린 ‘한중비전포럼’ 4차 모임이 평가한 올해 중국의 국가 전략이다. 외교 분야에서는 “‘중국은 배짱[骨氣·골기]이 있다’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발언에서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결기가 느껴진다”며 “중국이란 경제적 혜택과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국이 직면한 큰 도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음은 4차 회의 주요 발언록.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분야 발제 요지

중국의 올해 정부공작보고에 담긴 4대 키워드는 코로나(疫, 44회), 안정(穩, 42회), 취업(39회), 경제(39회) 순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일자리를 우선해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취업, 민생, 시장주체(기업), 식량·에너지, 공급사슬, 말단 행정 등 6대 분야를 지켜내 고용·금융·무역·외자·투자·예측 등 6대 안정을 이루겠다는 ‘보장을 통한 안정(以保促穩)’을 경제 운용의 역점으로 삼았다.

올해 성장 목표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 성장 목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900만 신규 취업, 실업률 6%, 재정적자율 3.6%를 볼 때 올해 성장 목표를 3~3.5%로 제시한 셈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예상치가 -3%라고 할 때 만일 중국이 3~3.5% 성장한다면 중고속 성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감한 재정 정책이 예상된다. 재정적자 확대, 특별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채권 발행 규모 확대, 세금 감면 및 기업 비용 경감 등 4대 재정 혁신 규모는 11조 위안(1889조원) 규모다. 특히 돈을 모두 지방으로 보낸다. 지방 실물 경제를 바탕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다.

내수 촉진정책을 내수 확대전략으로 승격시켰다. 미·중 마찰에 대비한 조치다. 소비와 투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상호 촉진시켰다. 특히 온·오프 결합과 온라인 소비를 확대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를 높였다.

중국판 뉴딜은 신형인프라와 신형도시화, 국가 중점 프로젝트라는 양신일중(兩新一重)으로 이뤄졌다. 특히 신형도시화는 3만9000개 단지, 700만 호 주택을 개조하는 도시 재개발이다.

리커창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버블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만 발표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암시다. 중장기 성장 동력에도 중점을 뒀다. 내년 시작되는 14차 5년 계획에 담긴다. 중국 경제의 장기적 방향도 주목해야 한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대외정책 발제 요지

첫째, 중국 부상 담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미국의 수용을 촉구했다. 서로 다른 제도와 문화 배경을 가진 미·중이 상호 공존의 길을 가자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바꿀 수도, 역사의 진전을 막을 수 없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둘째,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만에 대한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과 ‘평화통일’이 시진핑(習近平) 집권 후 정부공작보고에서 처음으로 빠졌다. 단 폐막식에서 통과시킨 판본에 다시 들어갔다. 경고 수준에 그쳤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했다. 홍콩과 본토의 관계를 재정립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이해된다.

국방 예산이 예상보다 늘었다. 국방비를 6.6% 올렸는데, 올해 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적지않게 올린 것이다. 세째, 동아시아 국가 간 무역 및 코로나 협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을 견제하려는 방안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시도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2년 남은 20차 공산당 대회 인사와 관련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발표된 두 건의 인사 문건이 주목된다. 시진핑 총서기와 당 중앙을 수호하라는 ‘두 개의 수호’를 인사의 최우선 원칙으로 강조했다. 간부 선발에서 민주추천과 공개선발, 경쟁을 삭제했다. 대신 분석·연구·판단을 중요한 임용 방법으로 강조했다. 지도부 선발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상부, 즉 시 주석의 권한을 강화했다.

지난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67세 유임, 68세 퇴임)’를 유지하면서도 69세이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선출했다. 차기 인사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없다.

▶신정승 전 주중대사=중국의 북핵 입장이 후퇴했다. 지난해 왕이 부장은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미국과 북한의 주장을 포괄하는 타협방안을 제시했다. 관련국이 공동으로 로드맵을 작성하고, 단계별로 상호 취해야 할 구체적 조치를 명확히 하면서 검증 체계를 만들어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검증하자는 방안이었다. 올해는 북·중 정상회담 합의 내용만 언급했다. 투트랙 접근이라는 중국의 원론적 입장에 더해 단계별·동시적 해결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올해 보고를 보며 위화(余華)의 소설 『인생』이 떠올랐다. 중국어 ‘훠저(活着)’를 번역한 제목이다. “살아 있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뜻이다. 중국 경제도 “살아만 있자”는 방침으로 보인다.

여섯가지 보장은 ‘식량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산업 공급망이 아예 끊어지면 어떡할까’라는 우려다. 6대 보장은 곧 여섯가지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다.

특히 유사 이래 없던 중국에서 대학 졸업생이 100만 명 단위로 취업하지 못하는 대규모 대졸 실업자 시대가 시작된다. “살아만 있자”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중국의 RCEP, 한·중·일 FTA 평가에 거품이 있다. 미국이 내놓은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역시 내용이 없다. 대신 한국·호주·뉴질랜드·베트남·일본을 향해 RCEP에 가입 말라는 신호로 읽힌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왕이 부장이 “미국 일부 정치세력이 미·중 관계를 납치했다”고 말했다. 다른 세력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 된다. 아마 바이든 후보에게 희망을 거는 듯한 뉘앙스다. 정작 바이든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중국은 코로나 배상 문제에서 굉장히 흥분했다. 왕 부장이 “중국은 원칙과 배짱[骨氣·골기]이 있다”고 말했다. 공식 회견에서 잘 안 쓰는 ‘깡’이라는 속된 표현이다.

“네가 안건드리면 나도 안건드리지만, 네가 건드린다면 나도 꼭 건드린다”는 후발제인(後發制人) 원칙도 강조했다. 건드린다는 중국어 ‘판(犯·범)’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말하는 ‘판’의 수위가 계속 낮아졌다. 중국의 참을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구시(求是)』에 2013년 1월 시진핑 연설이 게재됐다. 당시 시 주석은 『장자·추수(莊子·秋水)』 편의 고사 ‘한단지보(邯鄲之步)’를 인용했다. 시골 젊은이가 조(趙)나라 수도인 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우다 자기 걸음마저 잊어 기어서 돌아갔다는 내용이다. 미국에 굴복해 중국의 길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이다.

내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시 주석은 레거시(유산)를 고민하고 있다. 홍콩·대만은 통일과 연결된다. 통일에 어떤 초석을 쌓을 지 역사와 대화하고 있을 듯 싶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글로벌 세력 전이 초기에는 지배국이 수용적이고, 도전국이 공세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있다. 이어 이익을 교환하는 단계가 있다. 만일 지배국이 불만을 느끼면 공세로 전환한다. 2018년이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가진 인센티브와 패널티다. 미국은 EPN, 주요 11개국(G11)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중국은 한국에 어떤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내놓을 지 알아보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중 충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0여 년 늦어진 측면이 있다. 충돌 양상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1차 세계 대전 직전 독일과 영국은 무역이 역사상 최고로 상호 의존성이 높았다. 하지만 터키 청년의 저격 사건이 큰 전쟁으로 이어졌다. 우연처럼 보이는 코로나가 대사건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중 양국은 오해에서 시작해 위험한 단계로 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의 묵시적 압력 속에서 경제적인 혜택과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한국 지도자와 외교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한중비전포럼
한·중 관계의 미래 좌표와 비전을 찾기 위해 전문가 18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정승 전 주중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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