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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비전포럼18] “한·중 관계가 우리 정권 바뀔 때마다 냉탕 온탕 오가선 안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3-12-14 11:05    496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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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이대로 좋은가


한·중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한·미·일 협력 강화의 뒷전에 놓였던 한·중 관계가 이달 들어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 한덕수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잇따른 만남이 성사되며 온기를 받고 있다.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열리면 시 주석의 한국 방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중비전포럼은 25일 서울 HSBC 빌딩에서 ‘한·중 관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모임을 갖고 한·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외교안보 발제)=한·중 관계가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복병도 많다. 한·중 관계의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만들려면 정상회담이 성사돼야 하는데 의제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중 관계는 우리 정권의 변화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향이 크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우리 외교 정책의 진자(振子) 폭을 줄일 수 있도록 국내 정치가 다투긴 해도 싸우지 않고 끝내는 의견을 모으는 화쟁(和諍)의 태도를 견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중 관계를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보지 말고 공동의 이해로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중이 기후변화나 의료, 에너지 등과 같은 미래 의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의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갈등을 겪는 미국에선 오히려 중국 연구가 활기를 띠는데 우리는 중국 전문가 급감 등 싱크탱크 기능이 저하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 발제)=한·중 경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과거엔 교역 중심의 협력 관계였으나 이젠 사드(THAAD) 사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제안보를 바탕으로 한 경쟁 관계로 전환 중이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2022년 말 기준 약 3104억 달러로 우리 전체 교역의 23%나 차지한다. 생산입지나 소비시장으로서 아직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또 여전히 우리에게 우호적인 시장이다. 중국에서의 한국산 대체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서의 중국산 대체는 불가능하다. 미국도 첨단산업이 아닌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하며 중국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로선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를 기회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중 경제협력이 정점을 찍었다기보다는 위기 상황에서 처치 가능한 시간을 뜻하는 골든타임이 약간 늘었다고 말하고 싶다. 교역과 협력엔 신뢰가 대전제다. 상호 비우호적 정서 아래서의 협력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한·중 민간 및 기업 교류에서 현재의 교착 상태를 풀어가는 게 필요하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한·중 관계가 최근 긍정적 모습을 보이나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정책과 행동으로 실현하라”고 주문한 데서 보이듯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중이 서로 강조하는 ‘성숙한 관계’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겠나.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중국의 전체 교역 중 한국의 비중은 2015년 7.1%에서 올해는 5.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우리 제품의 경쟁력 저하 문제도 있지만, 중국이 의도적으로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문제도 있다. 중국의 비대칭 디커플링 전략, 즉 중국은 세계에 덜 의존하고 세계는 중국에 더 의존케 하는 전략은 상당히 우려된다. 중국이 이런 의지를 갖고 있다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쉽지 않다. 투자전략과 교역구조를 다시 검토할 시기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시진핑의 중국은 정권의 장악에서 정권의 남용을 넘어 정권의 옹호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를 서양의 가치관이나 한국의 눈으로만 봐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은 사회주의 정권을 옹호하고 있어 한국보다는 북한에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정부 관계자나 언론인은 한국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위급 소통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팀장=중국 경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피크 차이나’론은 감정적 평가에 가깝다. 중국 GDP가 지난 3년간 30년 이래 최저 증가율을 보였다지만 증가분으로 보면 역대 최고치였다. 중국의 영향력은 계속될 거란 이야기다. 미국은 중국과 싸우면서도 중국의 수입시장 점유율을 과거 7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과의 갈등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떠맡게 하고 대통령이나 총리는 중국을 찾아 실속을 챙긴다. 겉과 속이 다른 서방의 행태를 주목해야 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중국이 최근 한국에 보여준 외교적 호의에 대한 정확한 분석, 둘째 이런 호의를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과 최소한의 유연성에 대한 논의, 그리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자외교 역량 제고다. 중국의 호의는 상황을 우호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국민과 정부가 일관된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줘야만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전략적 접근을 해올 것이고, 그래야만 한국이 이를 활용할 공간이 생긴다.

중국 기업과 충돌 피하는 지혜 필요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중국 경제 둔화는 부동산 시장 및 기업 대출을 확실히 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직된 태도가 시장을 동결해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해 성장을 희생할 각오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둔화를 ‘위기론’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다. 과거 한·중 간 수직적 경쟁과 분업이 이젠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에서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2~3년 만에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중국 기업과 어떻게 정면충돌을 피하고 협력할지가 중요해졌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한·중 간 이견이 점차 진영화, 구조화, 고도화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당당하고 성숙한 관계의 핵심은 중국이 우리의 이익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일이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에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대외적 주체임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이 한국의 외교적 행위를 한·미 관계의 맥락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한·미 동맹 강화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한국의 국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과거에는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잘 버텼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위안화 환율을 지켜 아시아 경제를 살렸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4조 위안이 넘는 재정을 풀어 세계 경제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중국이 부동산발 부채위기, 디플레이션 우려, 청년 실업 등 국내 문제로 힘겨워하고 있다. 관건은 구조 조정인데 지난해부터 총인구가 줄기 시작한 중국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관심이다. 중국 지도부의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있다.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 중요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이벤트 성격이 강해 현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운신할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과 좌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이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니 대미 경사가 불가피함을 인지하고 한국에 대한 기대를 조정할 것이다. 다 같은 미국의 동맹이라도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의 대응은 호주나 일본보다는 유연한 대화 공간을 확보하는 식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식 대중 전략이 있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정부와 민간이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경제는 결국 민간의 영역이다. 민간이 할 일은 첨단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인들이 잘 알아서 할 수 있게 찬물만 끼얹지 않으면 된다. 정부는 무엇보다 외교를 잘해야 한다. 외교 자산 축적도 중요하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한국 외교부인 만큼 인적 자산과 연구를 축적해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일관성 있는 외교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부와 전문가 집단 등은 흔들리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방한 같은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외교의 기본을 다지는 게 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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