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비전포럼7] “중국군 과대·과소평가 안돼…억지 방안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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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말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막연하게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억제와 활용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12일 열린 ‘한중 비전 포럼’ 7차 모임의 제안이다. 군사와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중국의 군사력, 중국군의 작전 체계, 미국군의 대응과 한국군의 대비책을 폭넓게 논의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록.
▶김태호 한림대 대학원대학교 교수=중국군을 평가할 때 과대평가하지 말고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중국이 전면적인 군 개혁에 나섰다. 상부구조를 다 바꿨고 하부구조를 변혁 중이다. 7개 군구(軍區)를 5개 전구(戰區)로 바꿨다. 중앙군사위→5개 전구→집단군 순으로 집단군 아래 사단을 없애고 여단으로 바꿨다. 여단 아래 연대급을 대대로 대체했다. 1000개 이상의 연대를 해체한 혁명 수준의 변화다. 30만 병력을 감군했다. 전면전이 아닌 억지·국지전,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군의 개혁 방향은 현대화·정보화·합동화다. 난관은 사람이다. 1급 파일럿은 훈련시키는 데만 10년이 더 걸린다. 합동화도 문제다. 한 자녀 영향으로 병사들이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박창희 국방대 교수=중국군이 상정하는 정보화 전쟁의 본질은 체계(system) 작전이다. 우선 여론·심리·법률전 3전을 통해 정치 심리적 우위를 확보한다. 이어 우주전·사이버전·전자전으로 적의 C4ISR(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체계를 파괴해 정보 우세를 달성한다. 동시에 통합 화력 작전이 이뤄진다. 주도권을 확보한 뒤 기동 작전으로 결정적 성과를 달성한다.
만일 중국의 정보전에 의해 아군의 C4ISR 체계가 마비되면 통합 화력 작전에서 완전히 무너진다. 초기 정보전에서 버텨야 한다.
총괄평가(Net Assessment)가 중요하다. 경쟁국과 군사력을 비교해 피아(彼我) 강약점과 비대칭성을 찾아 강점으로 약점을 제압해 세를 발휘하고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하는 방법이다. 병력수·부대수·무기수가 진정한 군사력이 아니라고 앤드류 마셜 미군의 전 총괄평가국장은 말한다. 진정한 군사력은 교리·전략·훈련·지형·군수·전략문화 심지어 상대국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비합리성과 경직성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국가안보기획과 국방기획, 특히 전력·전략기획에 필요하다. 한국군에는 총괄평가 조직이 없다.
▶양정학 육군사관학교 교수=미국은 ‘모자이크 전쟁’이란 개념을 내놨다. 2017년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 방식으로 제시하면서다. 다영역작전이다. 분산된 군사력을 보다 신속하게 구성하고 재구성함으로써 미국에는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적응성을, 적에게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창출해내는 전쟁 수행 방법이다. ‘킬 체인’에서 ‘킬 웹’으로 전환시켜, 하나의 노드(마디)가 무력화되어도 크게 지장이 없도록 하는 개념이다
미군의 대중국 군사 대응은 다양하다. 국방대 50%의 교과 과정을 중국 관련 커리큘럼으로 재정비하도록 했다. 해군은 2025년까지 유령함대 건설을 천명했다. 중국의 제1도련(島鏈·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 안의 탄도미사일 기지와 항모를 타격하고, 미 항모 타격단은 유령함대 후방에서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이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한반도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첫째 북한이다. 전면전 발발 시에 중국의 적대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토록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한·중 서해 이어도 및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해양경계 획정 문제가 있다. 중국이 해군력을 앞세워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이 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
셋째 대만 또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 충돌이 발발할 수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의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대응 방안으로는 ▶중국과 안보·국방 차원의 소통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방향성을 천명하고, 이슈별로 국익 판단에 근거해 정책을 정리하며,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첨단 무기체계나 군사기술을 이전받고,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승조 전 합참의장=중국을 과도하게 가까이 생각하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과도하게 멀리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리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이웃 나라’로 본다. 중국은 좋은 이웃이지만 조심해야 할 이웃이다.
중국에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나. 첫째 한·미 동맹이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 중국을 억제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한국군 스스로 전략적 억제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고슴도치 전략’, ‘전갈 전략’ 등 여러 명칭이 있다. 우수한 탄도탄, 순항 미사일로 중국 심장부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중국에 잘 알린다면 억제가 가능하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중요하다. 중국에 북한보다 한국이 더 좋은 이웃이라는 인식을 중국이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 전문가 양성 역시 중요하다.
▶신경수 예비역 육군소장(전 주미 국방무관)=틱톡·화웨이는 미·중 간에 진행되는 인공지능(AI) 전쟁의 일환이다. 우리는 중국을 ‘경쟁’ ‘도전’으로 인식한다. 반면 미국은 ‘위협’과 ‘전쟁’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미·중간 AI 전쟁이 진행 중이고, 연장선에 화웨이와 틱톡이 있다. 우리가 안보 차원에서 안이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미국과 중국 중에 결국은 또 줄타기할 수 밖에 없지 않냐는 현실적인 의견이 많다. ‘균형잡기’다. 단 과거와 지금은 전략 환경이 다르다. 북한이 한·미 공동의 심각한 적이라는 개념이 다소 약화하는 모습이다. 한·미 동맹이 변화되는 상황에서 미·중 줄타기는 과거와 달리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중국군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으려면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인민해방군의 이해관계가 글로벌하게 바뀌는 상태에서 국부(局部)전쟁 논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수백 마력의 고성능 자동차와, 톱 드라이버의 기량이 있다고 할 때 과연 누가 승리할 것으로 볼 것인가.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중국은 양자 컴퓨팅 기술을 통해 인공위성을 달 표면 뒤에 먼저 앉았다. 샤프 파워를 통해 미국의 무기 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단둥의 신압록강 대교에 주목해야 한다. 군사 도구로서다. 저우산(舟山) 군도의 군인을 만나 한국이 동해 방어를 안한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과 대비된다는 지적이었다.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이사장=역사를 보며 평양-원산선을 생각한다. 당(唐)과 신라를 나눈 것도 평양-원산선이고, 고려가 통일했을 때도 평양-원산선을 넘지 못했다. 중국이 통일된 한국과 갈등이 있어 개입했을 때, 평양-원산선에서 몇 달을 버틸 수 있느냐, 철군을 강요할 수 있는 상황까지 늘 생각해야 한다.
선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민간·군·외교·정상 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최후의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을 벌고,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중국과 관계를 나쁘지 않게 가져가야 한다.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을 이전받아야 하고, 다른 한편 중국에 군사적 견제에는 신중해야 한다. 바람직스럽지만 과연 가능할 것인가. 지난 5월 미국이 천명한 ‘원칙에 따른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라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김태호=중국은 적이 아니다. 우방도 아니다. 중간에서 맴돌 것이다. 군사적으로 적과 우방 사이에서 물려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박창희=성능 좋은 차냐, 기량 좋은 운전자냐는 결국 무기가 지배하느냐 전략이 지배하느냐의 문제다. 당연히 전략이다.
▶이영학=미국이 요구하는 대중국 대응과,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대북한 군사력 건설을 제시해 두 측면이 겹치는 부분에 집중한다면 미국에 부응하면서 중국 반발도 무마시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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