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퍼스펙티브] AI 시대의 교육, ‘불변의 인간성’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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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며 인간의 지능적 능력을 턱밑까지 추월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나 중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갈 무렵인 2045년경에는 AI는 이미 인간의 거의 모든 인지 영역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앞에서 교육 현장은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AI가 모든 지식을 알고 있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상대하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학교 교육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교육과정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존의 암기 위주 교육도, 어설픈 코딩 교육도 모두 명분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불변과 가변의 새로운 구도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기술의 현란함에 눈을 빼앗기기보다 다시 ‘인간’을 돌아보아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며, 인간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내용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행복과 성공의 본질은 무엇인가 되돌아봐야 한다. 어지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근본을 다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바뀌는 세상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 단단한 불변의 바탕 위에 ‘새롭게 변할 것’을 채워 넣는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의 가치 중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핵심 불변 요소는 5가지로 요약된다. 우리 자녀가 미래에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뼈대들이다.
첫째, 창의성이다. 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생각을 하고, 기존의 틀을 깨는 질문을 던지며, 호기심을 통해 세상을 개척해 왔다. 비록 AI가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하여 합리적인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세상에 없던 문제의식을 느끼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AI가 답을 하게 되고, 기술 역시 이러한 질문의 방향을 따라 발전한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AI의 도움을 결합해 던지는 창의적인 질문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흐름을 결정하는 방향타가 될 것이다.
두뇌 학습과 지식의 시너지
둘째는 기초 지식의 축적과 기억력이다. 일각에서는 AI가 모든 지식을 찾아주는 시대이므로 인간의 머릿속에 지식을 축적하거나 암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머릿속에 기본 바탕이 되는 지식과 구조화된 개념이 없으면, AI에게 수준 높은 질문(Prompt)을 던질 수 없다. 또한 AI가 내놓은 답변의 정교함이나 오류를 검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비판적 사고와 올바른 의사결정은 결국 인간 내면에 축적된 기초 지식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발화한다. 아무리 AI 시대가 깊어져도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두뇌를 올바르게 학습시켜 놓아야 한다. 기억을 통한 암기는 두뇌를 체계적으로 학습시키는 필수 과정이다. 지나친 주입식 암기는 지양하되, 사고의 원천이 되는 핵심 지식의 습득과 기억력 훈련은 여전히 유효하다.
셋째는 협동심이다. 인간은 홀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능력은 사회적 삶의 핵심이다. 특히 AI 시대의 협동심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협력’을 넘어 ‘인간과 AI 간의 협력’으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AI를 적대시하거나 경쟁자로 여겨 능가하려 애쓰기보다, AI를 파트너로 삼아 인류의 난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협업적 태도가 더욱 중요해진다.
시련을 이겨낼 내면의 근육 만들어야
넷째는 인내심과 도전 정신이다.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하면 쉽게 지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의지는 인간 주체성의 핵심이다. AI가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세상일수록,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직접 체득하며 얻는 시련과 성취의 가치는 더욱 귀해진다.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끈기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성공으로 나아가는 정신적 버팀목이다.
다섯째는 감성과 공감 능력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 어린 소통으로 감동을 주며, 타인을 설득해 협조를 이끌어내는 감성적 역량은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성역이다. 정서적인 안정 속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이성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데이터와 논리만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음악과 미술, 체육 등 다양한 신체적·예술적 체험 활동을 통해 풍부한 감수성과 예술적 안목을 키우는 일은 기술 중심 사회로 갈수록 더욱 강조될 것이다.
초지능 시대를 이끌 방향타
AI 시대의 교육에서 가장 위험한 질문은 “인간이 AI보다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그 경쟁에서는 인간은 지기 쉽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에게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창의성, 지식, 협동, 도전과 인내, 그리고 감성. 여기에 올바른 AI 윤리와 비판적 사고방식, 유연한 적응력이 더해져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을 교육의 진짜 중심이다.
AI 시대의 교육은 결국 AI를 활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과 동시에, 인간성을 다시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100년의 세월을 내다보면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AI보다 훨씬 강력한 초지능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살아갈 인간의 유전자는 변하지 않으며, 인간의 본성 역시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세상의 기술에 끌려다니며 흔들릴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교육의 중심에 둔다면 어떤 거대한 변화가 오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무난히 길을 찾아낼 것이다. 거대한 혼돈 속에서도 불변의 인간성을 바라볼 때, 비로소 교육의 백년대계가 선명히 보인다.
이광형 KAIST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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