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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조율 없는 한반도 평화 노력은 한·미 마찰 부른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1-01-18 13:32    3,960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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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워싱턴발 3각 파도


워싱턴의 정권 교체는 한국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실추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가치를 함께하는 나라와 연대하며 다자적 접근을 하겠다고 한다. 다자 연대로 복원된 지도력을 갖고 가치관이 다른 중국·러시아를 견제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수년간 미·중, 미·러 관계는 최저점을 갱신해 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최고도에 달했다. 이런 환경에서 남북, 북·미 정상 간 비핵 평화 담판이 열렸으나 그 결말은 교착이었다. 그 와중에 한·일 관계도 수교 이래 최악이 되었다. 이제 다른 상황은 그대로인 채 미국의 정책이 크게 변할 판이다. 한국으로서는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과제에 더하여 급변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처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앞으로 한국은 중국 문제, 동맹 현안, 북핵 문제에 걸쳐 새로운 부담을 질 소지가 있다. 우선, 바이든은 한국·일본·호주 등 동맹과 연대해 중국을 상대로 협력·경쟁·대결을 배합하는 정책을 펼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경제번영네트워크(EPN), 5G 협력에 관해 현재의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서도 심각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바이든이 2013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라”고 강조한 일이다.

바이든, 한·일 관계 방치하지 않을 것

둘째, 한·미 동맹과 관련해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국의 책무를 확인하면서, 한국에도 동맹에 충실하라고 요구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동맹 현안 중 방위비 외에 연합 훈련, 주한미군 사격 훈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대 운영, 유엔사령부 역할 등을 두고 논란이 심화할 수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도 미 국방부의 기준이 견고하므로 쉽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도 대규모 붙박이 주둔에 부정적인 미군 교리에 따라 군사력 배치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므로,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 또 동맹 간 연대를 중시하는 바이든이 악화한 한·일 관계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압박이 한국 쪽에 더 가해질 수 있다.

셋째,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은 트럼프와 반대의 행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만든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그러면서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친서 교환 등은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는 실무 협상이 중시될 것이다. 비핵화 접근 방식은 현실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개념을 수용하겠지만, 단계적 접근이 북한에 악용되었던 점을 고려해 최종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앞당기려 할 것이다. 제재는 협상 카드로 중시될 것이다.

북한이 바이든식 접근에 호응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 북한은 트럼프에게도 입장 변경을 요구하면서 대화를 거부해왔다. 실무 협상과 비핵화 조치를 앞당기는 데 대한 북한의 부정적 입장은 여전하다.

더구나 북한이 상황을 지켜보지만 않을 공산도 크다. 북한은 트럼프를 상대로는 지난 10월 10일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여주는 정도의 도발에 그친 바 있다. 이제 북한은 바이든과 새 게임을 준비할 것이다. 게임의 시작은 전략무기 발사일 수 있다.

북한이 도발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와 압박으로 대응할 것이다. 협상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다. 언젠가 북·미는 대좌하겠지만, 그때 한국에서는 차기 정부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미국엔 도발 … 한국엔 대화 나설 듯

한편 북한은 미국을 향해 도발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대화의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그런 식으로 한·미를 갈라치고, 임기 말 남북 관계의 성과를 갈망할 한국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남은 임기 중 평화 프로세스를 살리는데 부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북·미 대화 재개에 힘을 쏟을 것이고,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구할 것이다. 또 북한 도발을 막으려면 바이든 행정부가 유연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 한국의 관점을 주입하려는 노력도 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했던 것과 유사한 노력이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자칫 한·미 간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 남북 교류 협력, 종전 선언, 군사 훈련, 제재 완화에 걸쳐 시도될 수 있는 한국의 독자적인 한반도 평화 노력에 대해 바이든의 인내심은 트럼프보다 적을 것이다. 바이든은 합리적이지만, 할 말은 대놓고 하는 스타일이다.

이상의 전망은 바이든 행정부와의 조율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만일 정부 임기 후반부에 대미 관계가 난항 하면, 우리의 비핵 평화 프로세스는 동력을 잃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 제기하고 싶은 것은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 때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때 워싱턴에서 생생한 현장을 경험했다. 당시 북·미 대화는 순항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방북이 합의됐다. 그러다 북한을 악당으로 보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왔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서둘렀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되기 전에 우리의 입장을 주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야당이 부시의 등장으로 햇볕정책은 끝났다는 식의 정치 공세를 하자, 정상회담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다. 그 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이번에는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좋겠다. 급선무는 바이든 측 관점을 파악하고 설득력 있는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바이든이 그리는 동아시아 전략 구도에서 한국이 어떤 대응을 하는 게 미국의 호의를 유발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바이든의 정책 방향을 고려해 호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정립한 뒤, 그 위에 북핵 관련 설득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연성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검토할 것이 한·일 관계 개선이다. 선제적으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내는 게 미국의 압박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고 호의도 얻는 방안이다.

정상 간 신뢰 쌓는 데 공들여야

우리 입장은 불변으로 두고, 바이든 측 인맥만 찾는 한국식 접근을 삼가야 한다. 인맥보다 설득력 있는 정책 개발이 더 중요하다. 전달할 내용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전달 채널은 그다음 문제이다.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바이든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개인적 관계이다. 우리 입장을 주입하기보다, 지도자 간의 친분과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제기하고 싶은 사항도 있다. 우선 부시 때의 ‘클린턴을 제외한 어떤 것’(Anything But ClintonABC)과 유사한 ‘트럼프를 제외한 어떤 것’(Anything But TrumpABT) 심리를 억제하기 바란다. 트럼프가 한 톱다운은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피해야 한다. 정상 차원의 직접 간여가 유용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도발한다면 할 수 없다는 식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발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대북 정책 검토를 하는 동안에도 북한과 접촉을 유지하는 유연성을 갖기 바란다. 부시 때는 대화는 하지만 협상하지 않는다고 하다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적극적으로 협상하는 잘못을 범했다.

머지않아 워싱턴발로 중국·동맹·북핵이라는 3각 파도가 한국 외교에 다가올 수 있다. 이 파도를 타고 넘어 비핵 평화 여정을 진행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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