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연세대 교수] 남북관계와 비핵평화
본문
북핵 신고·사찰 등 최후 고비 남아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세계와 함께 궁극적 비핵평화로
나아가야 하는 최후 국면이다
이번에도 다시 우리가 선도해야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개선과 악화의 국면 모두에서 한반도 문제는 항상, 그리고 본질적으로 상호 연결된 세 차원을 갖는다. 즉 내부, 남북, 세계가 그것이다. 내부 차원에서 남남갈등의 극복과 국민통합·통합정부가 핵심인 이유는 국내 합의와 입법화, 그리고 정책 지속의 필요성 때문이다. 물론 두 남북 사이에는 대화와 공존이 요체다.
2018년 들어 전쟁 국면에서 협상 국면, 대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급변은 한반도 문제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국면전환의 제1 요소는 시민 참여를 통한 남한의 내부 격변이었다. 내부가 평화의 시작인 것이다. 둘째는 내부 변화로 등장한 한국 정부의 심혈을 다한 대화와 중재(자) 역할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의 한반도화와 북·미 관계 개선을 추동한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것이다.
민주화 이후를 성찰할 때 ‘통일 우선’ 정책에서 ‘평화 우선’ 정책으로의 전환도 중요하다. 전자와 후자는 이념과 이익, 감성과 이성의 실질적 효과를 정확하게 가른다.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통일 우선’ 노선과 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평화 우선’ 노선은 대강(大綱)과 세부에서 결이 달랐다. 물론 둘 모두 헌법상의 ‘평화통일’ 원칙을 견지했다.
전자는 통일 우선주의와 남북 적대·대결이 병존했다면, 후자는 평화 우선주의와 남북 공존·대화가 병행했다. 북한은 주로 후자에 호응했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수세에 몰린 북한의 (핵무기를 개발할 정도로) 완강한 통일 거부 노선과 남한의 평화·공존·협력 우선 정책이 조우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 지양과 평화 우선 정책은 후자의 복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일단 궁극적 비핵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남북관계 복원과 대화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된다. 실제 역사를 반추할 때 비핵평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의 선도 역할 역시 그러했다. 비핵평화는 바로 “우리가 당사자인 우리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명림칼럼
1988~92년 한반도 문제를 급변시킨 남북기본합의서, 유엔 동시 가입,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주도한 것은 남한이었다. 북핵 문제 재(再)대두 이후 1998년 금창리 핵의혹, 2005년 6자회담 교착, 2007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인해 심각한 결렬 위기에 빠졌을 때 구상 전달, 중대 제안, 특사 파견을 포함해 선제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미국과의 협의에 바탕해 페리프로세스, 9·19 공동성명, 2·13 합의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우리였다. 이 땅의 평화 문제에서 누구도 우리보다 더 절박하거나 더 절실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 교착과 악화의 결정적인 반복성과 항상성은 남북 및 국제사회와의 어떠한 발표·선언·합의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핵의 실체, 즉 핵물질·핵시설·핵무기·핵기술의 공개·신고·사찰·검증의 단계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이 최후 고비를 넘어야 한다. 즉 남북관계가 열어놓은 기회의 창은 반드시 비핵평화로 넘어가야 한다.
북핵 문제의 대두 이후 북한은 그간 핵문제에 관한한 남북관계가 좋은 남한의 세 정부-노태우·노무현·문재인-하고만 비핵화를 합의해 왔다. 남북관계가 나빴던 시기는 미국하고만 합의하거나(김영삼), 합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이명박·박근혜).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경로 증명이다. 김대중 시기는 제네바 합의가 준수되고 있던 상황이라서 새 합의가 없었다.
지금은 북한 자신이 최강의 군사강국, 핵국가, 전략국가, 만년보검 국가를 자임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북한의 이중조건, 즉 ‘핵국가 현실’과 ‘비핵화 의지’ 사이에서 ‘핵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단기적 관계 증진 및 위기 해소와 동시에 장기적인 위험성과 가역성을 함께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남북관계 진전에 상응할 최후의 비핵평화도 여러 힘든 고비들을 잘 넘겨왔듯 다시 남한이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더더욱 세계와 함께 가야 한다. 왜냐하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가역적 퇴행은 늘 ‘세계 차원의 북핵 문제 악화’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남북의 첫 연속 합의인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이 담고 있는 비핵화 합의를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소이다.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세계와 함께 궁극적 비핵평화로 나아가야 하는 최후 국면이다. 안이 추동한 남북관계개선, 남북관계 개선이 열어놓은 비핵평화의 최후 고비는 궁극적으로 우리 문제이자 세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이중 인식 지평이 절실한 지금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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