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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미 정상회담을 보는 9대 관찰 포인트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18-06-11 14:17    4,599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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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회담은 우리 사활 걸린
비핵화와 안보 구도의 협상 무대
핵과 적대시 정책 간 주고받기를
냉정히 평가해 다음 행보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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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내일이면 북·미 정상회담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일련의 대북 정상외교가 첫 라운드의 대단원을 향해 가고 있다. 여기서 비핵화의 향배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을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연계하고 있다. 적대시 정책이 없어져야 비핵화가 가능하며, 그것이 완전한 비핵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북한의 요구인 군사 외교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불가피하게 기존 안보 구도에 변화를 초래한다. 내일 한반도 안보 구도의 향배도 드러날 것이다. 

이처럼 싱가포르 회담은 우리의 사활적 이해인 비핵화와 안보구도가 협상되는 장이다. 그간 세간의 관심은 지나친 기대 쪽으로 가더니 이제는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냉철하게 회담을 평가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려면 관찰 포인트와 평가 기준이 잘 세워져야 할 터이다. 협상이 잘 될 경우와 잘못될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우선 잘 될 경우다. 물론 잘 된다 해도 핵 문제의 완전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핵과 ‘적대시 정책’ 간의 주고받기가 담긴 원칙 틀 합의가 최고 기대치일 것이다. 정상 간에 원칙만 합의하고 이행 로드맵은 추후 협상하는 식이다. 추후 협상에서 잘못될 소지는 상존한다. 그런데 이 원칙 합의도 주고받을 내용에 따라 평가가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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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6/11

받을 것에 해당하는 비핵화부터 살펴보자. 첫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개념에 합의할지 여부다. 만일 비핵화 개념 차를 못 좁히고 각자 편의적으로 해석할 표현을 내놓는다면 성과로 볼 수 없다. 둘째, 비핵화 경로의 문제이다. 북한은 단계적 접근을 주장한다. 미국은 과거 경험을 들어 부정적이다. 만일 비핵화 경로가 단계적으로 가더라도 단계가 비교적 단순하게 규정되고 시한이 설정된다면, 과거보다 나은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비핵화 원칙 합의가 약속으로만 구성될지, 행동까지 포함할지도 관심사다. 핵과 미사일 제거를 초반에 시작할지 여부로서 소위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문제다. 핵과 미사일을 끝까지 쥐고 협상하려는 북한의 자세가 변할지 봐야 한다. 

넷째, 미국이 자국의 안보 위주로 협상할지, 동맹국을 배려할지 여부이다. 미국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제거에 치중하고 여타 미사일과 핵무기를 소홀히 한다면 우려할 일이다. 다섯째, 기만술에 대한 대비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일부를 감추고 전면 포기를 내걸 수 있다. 그래서 합의에 신고와 사찰이 잘 규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이 내줄 것을 살펴보자. 북한은 ‘적대시 정책’의 예로서 군사훈련, 전략자산, 핵 항모와 핵 잠수함, 핵우산, 주한미군, 제재 압박, 내부 교란을 거론한다. 트럼프는 정치적 곤경 속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으므로 성과에 급급할 수 있다. 

그러니 첫째, 미국이 내줄 카드가 우리와 조율된 것인지, 우리의 안보 이해를 저해하지 않을지 주시해야 한다. 둘째,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평화체제나 종전선언도 여기에 포함된다. 북한은 선(先)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해 왔다. 평화협정과 비핵화가 어떻게 연동될지 봐야 한다. 셋째, 북·미 관계 개선 문제이다. 초유의 정상회담이므로 고위급 대화, 교류 증대, 연락 사무소 설치가 논의될 수 있다. 넷째, 최대 압박에 변화가 올지, 경제적 인도적 지원이 제공될지도 주시해야 한다. 회담 자체가 압박 분위기를 이완시킬 수 있다. 경제 지원의 경우 부담을 누가 질지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트럼프는 미국 부담을 부인하고 한국을 거명한 바 있다. 

이제 협상이 잘못될 경우를 짚어보고자 한다. 개연성이 적더라도 이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한다.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회담이 결렬되고 상호 비난이 이어지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상황이 급속히 악화할 것이다. 둘째, 성과는 미진하나 계속 협의를 하는 선에서 봉합될 경우이다. 미국 내 강성 여론이 대두할 것이다. 앞길이 불확실해질 것이다. 

이상 열거한 변수가 실제 어떻게 조합될지 두고 볼 일이나, 내일의 결과는 그간 진행된 북핵 관련 정상외교 첫 라운드의 성적표로 간주될 것이다. 아울러 내일을 계기로 비핵화와 한반도 안보 구도는 변화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새로운 상황이 열리는 셈인데, 우리의 급선무는 회담 결과를 냉정히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픈 유혹을 떨쳐야 한다. 그 평가에 따라 다음 행보를 조정하여, 가을 남북 정상회담 등 둘째 라운드의 정상외교에 대처해야 한다. 북핵 협상은 길고 험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현실을 잘 읽고 이를 적시에 반영하면서 긴 경주에 임할 필요가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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