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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의 한반도평화워치] 수면 위 떠오른 북·미 대화…미국의 한국 방기부터 막아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9-09 10:24    17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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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만나고 싶다는 희망을 불쑥불쑥 내비치고 있다. 8월 17일 트루스소셜에 김정은이 자신에게 친근하게 전화하는 합성 사진을 게시하더니, 급기야 8월 24일에는 싱가포르와 판문점 회동 당시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 3장을 올렸다. 그 중간에 있었던, 결렬로 끝난 2019년 2월의 하노이 사진을 뺀 것도 그를 만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심지어 트럼프는 한·미 연합훈련을 돌연 축소하면서 김정은과의 “매우 좋은 관계(very good relationship)”를 이유로 들었다. 


짐짓 무시하는 척하지만, 북한으로선 트럼프의 이토록 적극적인 접근이 무척 솔깃할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19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화 제안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두 지도자들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굳이 덧붙였다. 언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정원도 지난 1일 북·미 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국회에 보고했다.

커져 가는 한·미 간극
이제 중요한 질문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느냐가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회담이 될 것인가다. 북·미 정상회담이 우리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미국과 북한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은 정작 뒷전으로 밀려날 우려마저 있다. 미국의 대북 위협과 한국이 직면한 북한의 위협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조차 대북 유화 제스처의 수단으로 만들어버린 트럼프의 스타일이나 한국은 ‘적대적 두 국가’라고 못 박은 김정은의 대남정책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든다.

동맹은 전쟁을 막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이끌어내는 데 훨씬 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한·미 동맹이 견고할수록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한국의 이익을 소홀히 하기 어려워지고, 북한 또한 제멋대로 한국의 입장을 배제하기 힘들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안정적인 한반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혼자만으로는 북한의 호응은커녕 대화 테이블로도 이끌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벗어나, 한국은 ‘페이스 메이커’일 뿐 ‘피스 메이커’는 미국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현실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한·미 동맹은 미국이 북·미 관계의 모든 것을 터놓고 협의하고, 우리의 국익을 충분히 반영할 정도로 튼튼해 보이지 않는다.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우리의 안보 태세가 이완되거나, 한국이 패싱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유의점 중 하나”라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은 지극히 타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하다는 고백으로도 들린다. 지난 7월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일시 귀국했던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동맹이라 해도 나라 사이에 현안은 불가피하며, 없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청와대의 배경 브리핑은 더 이례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강 대사가 “현장에서의 여러 느낌을 소개했다”고도 했다. 실제로 최근 한·미 사이에는 대북 정보 공유를 비롯해 통상, 대미 투자, 원자력 협력, 비무장지대(DMZ) 출입과 유엔군사령부 조직개편, 이란전쟁 등을 두고 상당한 견해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사건은 한국의 의도와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우리는 공개자료에 기반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정보 유출’로 판단했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라면서 동일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랐다. 사실관계의 최종 판단은 별개로 하더라도, 한·미 간 민감한 대북 정보의 관리와 공유를 둘러싼 신뢰에 의문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미국은 동맹이자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우리를 대상으로 대북 정보 공유 제한조치까지 동원했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제한조치 철회는커녕 아직 ‘시각 차이’ 조차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사가 직접 귀국해 미국의 ‘느낌’을 전달해야 할 정도라면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을 만큼의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일 것이다.

금이 간 신뢰 복원부터
한·미가 이견을 보이는 각 분야의 사안들은 내용으로는 각각 별개의 이슈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를 하나의 연결된 흐름으로 바라본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한국 정부가 과연 한·미 동맹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8월 17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한국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것 같다(it seems that Trump just wants to punch South Korea)”는 평가를 내놓았고, 이틀 뒤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를 친중으로 본다”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어제 “북·미 대화 재개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이 한국을 방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통일부는 북·미 대화를 남·북·미·중 4자 대화로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재의 한·미 관계로는 당장의 북·미 대화 테이블에조차 미국이 우리의 관심과 이해를 얼마나 올려 놓을지 걱정이다.

동맹은 의지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처럼 동맹을 편익과 비용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미국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방기는 버리겠다는 선언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이해관계를 자신의 전략적 계산에서 점점 덜 중요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미국에 잘 보여야 하고, 무조건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국익을 당당하게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동맹의 기반은 단단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유지·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는 유인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이야말로 대미 관계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위상이며, 한·미동맹을 지키는 힘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것은 금이 간 신뢰를 온전히 복원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동호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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