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경제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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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경제적 해법
유럽 통합의 시발점이 됐던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처럼
미·중 갈라놓는 비핵화 방안보다
비핵화 시점부터 북한 광산을
국제적 공동 개발, 관리한다면
동북아 경제 통합과 평화 올 것
김병연 서울대 교수 경제학부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두 정상회담이 목전에 와 있다. 우리 정부는 이 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기본 안은 북한 비핵화를 미·북 수교 및 국제사회의 인정과 교환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북한의 수용 가능성이다. 체제 안전보장을 바라는 북한은 미·북 수교 외에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도 원할 수 있다. 둘째, 비핵화의 불가역성이다. 기존 핵을 폐기했다고 해도 이를 만든 과학자와 핵물질인 우라늄이 있는 이상,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비핵화를 조건으로 대규모 경제 협력과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도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해 협상을 결렬시키기보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 북한 주민의 소득이 증가되는 편을 선호할 수 있다. 그 결과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핵 개발을 근원적으로 막는 데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이번에 비핵화를 한다 하더라도 경협으로 번 돈을 나중에 핵·미사일 재(再)개발에 사용한다면 더 강력한 무기를 이전보다 훨씬 빨리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의 경협 안을 나열하는 정도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수용 가능성과 불가역성을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비핵화가 완료된 시점부터 북한의 무연탄·철광·우라늄 광산을 국제적으로 공동 개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재 이전에 무연탄과 철광석 수출은 가장 큰 외화 수입원이었다.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수출했고, 북한 총 수출액의 50% 정도를 차지했다. 이 중 상당 금액이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을 것이다. 특히 우라늄은 핵물질이다. 핵·미사일 개발의 돈줄과 핵물질 자체를 국제 공동 관리하에 둔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영구히 불가역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국제 투자를 통해 생산량과 산업의 효율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김병연칼럼
광물 수출에서 얻는 이윤은 북한 주민에게 배분된다. 광물 수출액의 80%가 이윤 마진이라고 가정한다면 기존 수출액 10억 달러 중 최대 8억 달러가 배분 가능하다. 매년 모든 주민에게 1인당 32달러를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 4인 가족의 월평균 지출이 암시장 환율 기준으로 40~50달러 수준이므로, 이 액수는 한 가구 1년 생활비의 20~30%에 해당한다. 국제 투자와 관리로 광물 수출액이 늘고 효율성이 개선된다면 1년 생활비 전부에 상당하는 수입도 얻을 수 있다. 채권 발행을 통해 지급 개시 시점도 핵·미사일 폐기가 이뤄지는 바로 그때 맞출 수 있다. 그 결과 김정은뿐 아니라 비핵화에 대한 북한 주민의 지지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김정은과 권력층이 이 방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다른 경협 안을 위 사업과 패키지로 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안도 남북뿐 아니라 미·중·일·러가 동참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해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길이 열린다. 미국을 포함해 국외 자본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김정은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국제화는 내부의 시장화와 상승작용을 하면서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배경과 제도는 다르지만 위 방안은 유럽 통합의 시발점이 됐던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와 비견된다. 이를 제안한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은 ‘전쟁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핵 개발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안’을 가져야 한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포함한 경제적 방안이 결과적으론 핵 개발을 억제하는 구속력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유럽처럼 광산의 공동 관리 경험을 토대로 남북 및 동북아의 경제 통합을 이끈다면 이 지역의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반대로 미·중을 갈라놓는 비핵화 방안은 성공하기도 힘들며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도 어렵다.
비핵화 성공의 전제조건은 핵·미사일 폐기에 대한 검증이 끝날 때까지 핵심 제재를 지속하는 것이다. 협상에 나온다 해도 북한은 먼저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깨뜨리려 할 것이다.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없음을 김정은이 깨달을 때 비로소 핵 포기 결단 가능성이 열린다. 이같이 ‘제재가 뒤에서 밀고 강력한 경제 패키지가 앞에서 견인하는’ 국제 공조 비핵화 로드맵을 설계해 한·미·중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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