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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 MZ세대가 체제를 흔들 수 있을까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4-05-22 14:54    712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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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최근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 연설에서 “청춘의 슬기와 용감성”을 추켜세우며 북한 MZ세대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공개한 ‘친근한 어버이’라는 뮤직비디오에서는 청소년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는 김정은의 모습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런 연출과는 정반대로 청년층을 겨냥한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세 가지 법을 제정해 남한 말투를 쓰거나 남한 드라마를 보고 유통하는 주민을 사형도 가능한 중형에 처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 만큼 MZ세대는 체제 위협적인가. 이들의 의식은 어떠하며 우리 대북정책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MZ세대는 김정은의 통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회주의의 어떤 독재자도 이런 ‘골치 아픈(?)’ 신세대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섰던 1970년대 후반이나 소련이 붕괴했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젊은 층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디지털과 실용성, 자유와 개인주의로 무장한 신세대의 출현은 전 지구적 현상으로 북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80년대에 태어난 M세대는 청소년 시절 ‘고난의 행군’이라는 참혹한 경제난을 겪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태어난 Z세대는 장마당이 시장으로 진화하면서 외부 정보에 훨씬 많이 노출됐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동식 저장장치를 통해 남한 드라마를 보고 남한 상품을 접하며, 외국 방문이나 해외 파견에서 돌아온 부모로부터 ‘놀랄 만한’ 바깥소식을 들었다. 고위급 탈북자 중에는 자녀가 북한행을 극구 반대했기 때문에 한국에 입국한 이도 꽤 있다.

필자가 만난 탈북 청년도 특이했다. 한 남성은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머리를 금빛으로 염색했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탈북 이유를 물었더니 “딱 보니 북한에는 희망이란 없었어요. 아버지께 이야기했더니 ‘맞다’ 하시면서 너라도 자유롭게 살라고 해서 그냥 한국에 왔어요”라고 답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한 여성은 조만간 퇴직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중국을 넘나들며 밀수를 한 나의 수완과 경험을 활용하면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엔 한국은 북한보다 어수룩한 사회예요.”

데이터로 보는 북한 MZ세대는 어떤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11년부터 탈북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이들을 해마다 100명 정도 조사해 왔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가 특별히 더 개인주의적이거나 자본주의 친화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김정은과 주체사상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세대보다 높으며, 북한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더 길게 본다. 북한에 거주할 당시 핵무기 보유를 지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MZ세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찬성도가 높다. 북한의 MZ세대 전체가 특이하다는 주장은 소수의 비슷한 표본을 선택해 내린 성급한 결과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실에 가까운가.

MZ세대가 체제 변혁적인 의식을 가지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외부 문화와 외국 실정을 알아야 한다. 위의 설문자료에서 MZ세대 탈북민 660여 명 중 북한에 있을 때 남한 문화를 자주 접했다는 비중은 53%, 한두 번 접했거나 전혀 접하지 못했다는 비중은 47%였다. 만약 한두 번 접했거나 접하지 않은 자가 남한 문화를 자주 접하게 되면 자본주의 지지도는 13% 증가한다. 특히 30대의 반응 정도가 더 커서 이 같은 경우 자본주의 선호도는 20% 넘게 올라간다.

시장 활동 경험도 MZ세대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북한에서 장사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설문에 MZ세대의 63%가 있다고 답했다. 장사 경험은 MZ세대의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지지도를 각각 10%, 6% 증가시킨다. 시장 활동은 자신의 결정에 따라 부와 빈곤이 갈리는 경험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이 삶의 주체라는 의식을 고취한다. 따라서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를 선호하게 이끈다. 다른 세대도 시장 활동을 통해 의식의 전환을 체험한다. 그러나 MZ세대의 의식 변화가 북한 정권에 더 위협이 되는 이유는 이들의 젊음이다. 더 오래 살 것이기 때문에 정권에 장기간 위협이 될 뿐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데 따르는 위험도 기꺼이 치르려 한다.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MZ세대의 25%가 ‘자유를 찾아서’라고 답했다. 이는 비(非) MZ세대보다 세 배나 높은 비중이다.

북한 정권은 ‘시장, 자본주의, 남한 문화’를 반체제 3종 세트로 간주하고 이들을 동시에 억압하고 있다. 정부와 주민 간 거대한,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전투장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 외부와 북한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전하고 자유와 번영의 기회를 알려서 북한의 MZ세대가 남한 및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게 해야 한다. 북한 변화와 비핵화의 승부도 결국 여기서 판가름날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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