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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한·일 셔틀외교 복원…FTA 등 경제협력으로 이어져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3-06-02 13:54    2,028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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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월 중순 방일, 4월 말 방미, 5월 초 기시다 총리 방한, 5월 하순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우리 외교의 축을 한반도 중점의 북과 서에서, 인도·태평양과 세계를 시야에 둔 동과 남으로 옮기는 방향 전환 작업이 구체적 성과를 거두는 과정이다.

이 가운데 복합 다중골절 상태로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한·일 관계도 현안 강제동원 문제를 ‘제3자 변제’라는 우리의 일방적 조치를 통한 해법 제시로 가닥을 잡고 셔틀 정상외교 복원으로 회복 궤도에 올라서게 되었다. 


지난 3월 6일 발표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관한 국내 반응은 예상대로 6대 4 비율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이런 여론의 반발은 1년에 걸친 외교 교섭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피고 기업의 반성·사죄와 자발적 기금 참여를 받지 않는 가운데 해법을 발표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은 교섭을 계속해 일본의 양보를 얻어낼 전술적 이익보다 한·일 관계의 조기 회복으로 복합전환기의 불투명한 전략 환경을 헤쳐 나가는 전략적 이익을 우선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강제동원 문제가 사안의 성격상 우리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이 그 전까지 정부의 입장인 “강제동원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었다”는 견해와 상충한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가해자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 한국을 “국제법과 약속을 위반하였다”고 공박하면서 공수가 뒤바뀌었고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이 가졌던 도덕적 우위를 잃게 되었는데, 이번 조치는 이를 뒤집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교 이니셔티브는 의도한 전략적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52일 만에 기시다 총리가 답방하여 셔틀 정상외교가 본격화하였다. 또한 일본 정부가 고수해오던 강제동원 문제 해결 없이는 협력할 수 없다는 ‘원 트랙’ 입장이 한·일 협력을 재개하는 투 트랙으로 전환되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또 미국은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동시에 환영 성명을 내고, 4월 말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조치를 평가하였다. 2022년 11월 프놈펜 3국 정상 공동성명에서 기본 틀을 만든 한·미·일 협력체제에 본격적으로 살을 붙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일 관계의 회복 궤도 진입과 한·미·일 협력 체제의 본격화는 북핵 고도화와 중국의 공세적 외교안보 정책에 따른 전략적 유동성에 대응하는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표현은 역대 정부 인식을 계승하는 선에 머물렀고, 피고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여도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잔의 절반’을 채우는 일은 과제로 남게 되었다. 기시다 총리가 방한 계기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마음의 위로를 표현하고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탑 공동 참배로 성의를 표시하였지만,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강제동원 문제는 진행형이므로 추후 보완해나가길 기대한다.

한·일 관계는 어둡고 긴 터널의 출구를 빠져나와 회복을 가속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한·일 관계의 패러다임을 과거, 양자, 감정, 기성세대가 지배하였던 지난 10년에서 미래, 지역·글로벌, 이성, 청년 세대가 중시되는 관계로 바꾸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강제동원 문제의 마무리를 서둘러야 한다. 3월 6일 해법은 현금화를 막기 위해 민법상 제3자 변제를 채택하였다.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1080여 명의 판결 종결로 필요한 상당한 액수의 기금 조성 문제와 대법원 판결과의 충돌 문제 해결에는 특별 입법이 최선이다. 어렵더라도 야당을 포함한 민관위원회를 구성하여 준비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가지마건설(2000년), 니시마츠건설(2009년), 미쓰비시머티리얼(2016년)이 중국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표명하였듯, 피고 일본 기업들도 사죄 표명과 자발적 기여에 나서도록 외교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국내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도록 힘써야 한다.

동시에 역사 화해는 중장기 과제로 꾸준히 추구해야 한다. 역사 인식 문제는 역사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3기 한일역사공동위원회를 부활시키고, 일본 젊은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역사 교육, 문화 수단 활용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일 협력의 장이 열린 만큼, 협력의 틀을 넓히고 조기 수확이 가능한 협력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양국 기업들이 활발히 교류·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거시적 차원의 협력을 심화하여야 할 것이다. 고위급 경제 대화를 활성화하고 FTA 체결, 표준화·특허·정보 협력, 우주·사이버 협력, 4차 산업혁명 분야 과학기술 협력, 제3국 공동 진출 지원, 공급망 안전과 상호 융통, 경제안보 정보 공유 등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한·일은 동아시아의 지주 역할

셋째, 바닥난 신뢰 자산을 채우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무지·오해·편견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신뢰를 높이기 위해 중장기 차원에서 청소년 교류를 포함한 인적 교류의 대폭 확충과 제도화가 중요하다. 1963년 독일·프랑스 간 엘리제조약과 유사한 합의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넷째, 관계 악화로 닫혔던 소통 채널을 재가동하고 새로이 필요한 분야는 신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략대화의 중요성이 증가한 만큼 고위 레벨에서의 대화와 소통을 늘려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일 관계의 미래 비전을 설계할 한·일민관위원회의 설립을 통해 중장기적 안정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도태평양 정책 수행 협조,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이슈 공동 대응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들이다.

관계 개선을 위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호기를 살려 조기에 개선을 정착시켜 악화 이전으로 돌리고 나아가 격동의 동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기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고 미국의 동맹국인 양국은 동아시아의 지주(anchor)로서의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외교부 차관,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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