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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악화하는 한·중 관계에 대한 대처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3-06-07 11:02    2,069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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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의 친미 외교에 불만을 표하던 중국이 행동을 시작했다. 중국은 한국과의 각급 협의를 취소하면서, 남겨 둔 외교채널로 친미 노선을 경고하는 통첩성 주문을 내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한·중 간에 오가는 언술이 아연 거칠어지고 중국의 제재 조짐도 관찰되던 차였다. 이제 중국은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 이래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조한다고 보고 경계심을 표한 바 있다. 일례가 ‘5개 응당’ 조치 요구였다. 중국은 수교 이래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성과적으로 견인하여 중국의 입장을 크게 배려하도록 만들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 성과가 무너지고 있다고 여긴다. 1년여 수면 하에서 경고를 발하던 중국은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G7 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의 친미 노선이 일정 선을 넘었다고 보고 가시적인 압박으로 전환한 것이다. 


중국의 강성 선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대미 공조 행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7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고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도 추진할 것이다. 공급망 등 미국이 주도하는 대 중국 견제에도 계속 동참할 것이다. 중국발 악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발 악재도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은 자유 수호를 위한 국제연대를 강조하는 가치외교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해 왔고,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을 포함한 역할을 주문했다. 한국이 이에 응하면 러시아가 반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대미 대결 심리를 기반으로 북핵 문제를 공조하던 중국과 러시아는 더욱 북한 편을 들 것이다. 당연히 북한은 이런 상황을 활용하여 핵 고도화를 추구할 것이다.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미·중 대립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국제구도가 서방과 중러 진영으로 나뉘는 국면에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4강에 둘러싸여 분단되고, 북핵과 대면할 정도로 유례없이 난해한 지정학 속에 있는 한국이 중·러와의 외교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러면 한반도의 비핵, 평화, 번영, 통일의 길에 큰 애로가 생긴다.

대처 리스트 중 첫째는 중국과 티격태격하며 사태를 악화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다. 당연하고 쉬운 일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반중 여론을 고려할 때 정부가 중국과 마찰하면 여론이 지지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길을 가려는 정치적 관성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급에서 한중 간 소통을 늘려야 한다. 정상회담은 상대가 응하지 않을 것이므로 실무 대화를 진지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 측의 대화 취소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도권을 가진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가 나서서 대화하는 것도 방안이다.

셋째, 내실 있는 대화를 하려면 먼저 대중 정책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대중 정책은 별개로서가 아니라 대미 정책과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종래에 한국은 미국과 공조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국의 반발을 그때그때 수습하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대미 정책 따로, 대중 정책 따로였다. 그러나 이제 미·중 대립이 첨예화되어 미국의 요구 수위가 높아졌고 중국의 반발 수위도 올라갔다. 더 이상 과거식 접근은 유용하지 않다. 미·중·러 외교를 꾸려 나갈 통합되고 조율된 전략의 틀을 먼저 정립한 후 이를 가지고 각 방면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의 대미 공조 공간은 어느 정도이고, 중·러와의 외교 공간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한국형 좌표를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기본적인 스탠스가 있어야 중국과의 유의미한 대화가 가능하다. 미국과도 지속 가능한 공조를 할 수 있다.

넷째, 이런 기초 위에서 한·미·중이 서로 협력할 공통 이해를 찾아내고 이를 미·중 대결 분위기로부터 분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 평화, 자유 공정 무역이 협력 소재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중·러와의 관계를 한꺼번에 악화하는 일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고 전략적으로도 득책이 아니다. 원래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보다 전향적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미·러 대립 와중에서 점차 중국에 동조한 바 있다. 러시아 나름의 전향적인 관점을 고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할 일이다. 러시아를 중국 쪽으로 모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전략적 관점에서 고심해야 할 이슈다.

요컨대 수면 위로 나온 중국발 반작용은 한국 외교에 큰 도전이자 윤 정부 외교의 중요한 시험대다. 우리는 미국·일본에 관한 모든 행보가 바로 중국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방일 성과도 미국·일본과의 관계에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최종 평가가 가능한 시대다. 정부의 적절한 대처를 기대한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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