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택의 한반도평화워치] 북한, 핵 보유 대가가 너무 커 비핵화 선택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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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사한 6발보다 많다. 김정은 정권 10여년 간 월간 미사일 발사 횟수로 최고 기록이다. 이 중 2발의 극초음속미사일과 2발의 순항미사일은 대한민국이 주타깃이며 1발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일본은 물론 괌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더구나 1월 19일에는 2018년 4월 천명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조치의 철회 검토를 시사하였다. 9일 한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북한은 더 강도 높게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 강화와 상호 신뢰 공고화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대북정책의 목표로 하였는데, 종종 남북 관계 개선을 조급하게 추진하면서 워싱턴과 시각차를 드러내 일각에서는 한·미 동맹의 상호 신뢰를 손상했다고 평가한다. 새 정부는 한·미 동맹이 자유·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가치 동맹 간의 튼튼한 상호 신뢰 바탕이 있어야 상호 한반도평화 구상을 공유하고 북·미 핵 협상에서 한국의 평화 구상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반영될 수 있다.
비핵화 나서지 않는 한 포괄적 경제 제재 유지하는 것이 중요
새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에 비핵화 설득해야
핵 포기하면 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로 체제 안정 가능
북한 경제 2017년부터 마이너스 성장
북한의 핵 개발 동기는 체제 안전 보장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의 옛 소련 해체와 러시아·동유럽 공산 체제의 붕괴와 이에 따른 경제난으로 국가 존망 위기를 맞은 북한은 핵 개발로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3년 제네바 합의 붕괴와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이라크군이 초기에 격멸되고 사담 후세인이 체포되어 사형되자 김정일과 북한 수뇌부는 핵 보유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하고 핵 개발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2013년 3월 핵 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 노선을 선언하였는데, 이는 김정일의 유지인 핵 개발의 완성과 경제 건설을 통한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을 2대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헌법을 개정하여 핵 보유를 명시하였고 2013년에는 핵 보유법을 제정하여 핵 보유를 법제화하였으며, 2016년 4차 및 5차 핵실험(소형화), 그리고 2017년에 6차 핵 실험(수소폭탄)과 대륙간미사일과 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잠수함미사일 수중 발사 시험을 통해 핵 개발을 완성하였다고 선언하였다. 한편 사회주의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의사결정을 분권화함으로써 서비스부문이 성장하는 등 2012~2016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과거보다 높은 2~3%에 달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에 대해 포괄적 제재를 결의하고 북한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참여함으로써 수출을 중심으로 대외무역이 급격히 줄어들고 그 파급 효과로 경제 성장이 2017년에 마이너스로 전환하였고,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대책으로 극단적인 국경 봉쇄를 하여 경제난이 더욱 심화하였다.
핵은 체제 안정 담보 못 해
핵 보유는 북한 체제의 안정을 장기적으로 담보할 수 있을까? 핵을 보유하게 되면 전쟁 억지력이 강화되어 대외적인 안전 보장은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설사 핵 보유를 통해 대외적인 안전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경제 부진의 장기화는 체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련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소련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던 핵 강국이었지만 경제 부진이 계속되어 경제위기로 증폭됨으로써 공산체제가 붕괴하고 말았다.
남아공의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 체제는 주변국들의 공산화로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자 핵무기를 개발하였다. 그러나 남아공의 백인 우월체제는 핵무기를 보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아프리카인의 투쟁으로 결국 붕괴하였다. 북한의 핵 보유도 대외적으로는 안전 보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대가로 경제 건설을 포기해야 한다면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은 요원해지고 경제난이 장기화한다면 주민의 불만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되어야 한다. 혹자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중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도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확산 방지의 의무가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위상에 맞게 행동해야 하므로 유엔의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를 명시적으로 위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베트남,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로 경제 발전
북한을 비핵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첫째, 제재 및 국제 무역·금융 체제 참여 봉쇄에 따른 경제 부진 등 북핵 보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비핵화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체제 유지를 위해 추진한 핵 개발이 경제 건설을 가로막아 주민 생활을 어렵게 함으로써 오히려 체제 유지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북한이 인식하게 되어야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둘째,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수용한다면 제재 완화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국제 무역·금융 체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체제의 안정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유사한 사례가 베트남이다.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무력 병합 후 베트남과 미국의 외교 관계가 단절되었으며, 1978년 12월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여 친베트남 정권을 수립하자 미국 주도의 베트남에 대한 무역 제재와 미국 국책 금융기관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의 대베트남 원조 제공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미국은 베트남이 국제 무역·금융 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였다.
베트남 통일 후 경제 부진을 겪고 있던 베트남은 무역 제재와 국제금융시장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경제 부진이 장기화하자 84년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정책의 전략 변화를 결정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섰으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89년 9월 캄보디아에서 철군하였다. 미국은 91년 ‘베트남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4단계 로드맵’을 발표하고, 베트남의 협력하에 관계 정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였다. 93년에는 국제금융기구에서 베트남에 대한 원조 제공 거부권 행사를 중지하는 한편 베트남에 대한 무역 제재를 일부 완화하였으며 94년 2월 무역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였다.
비핵화 이익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95년 7월 미국과 베트남은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고 이어 96년 9월부터 양국 간 무역협정 협상이 개시되었다. 98년 3월 미국 국책금융기관의 베트남에 대한 신용 공여가 허용되었고 2000년 7월 베트남과 미국 간 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 2001년 12월 양국 국회 비준으로 무역협정이 발효되어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 조건부 정상 무역 관계 지위를 부여하였다. 최종적으로 2006년 12월 미국은 베트남에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 지위를 허용하였으며 2007년 1월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승인됨으로써 베트남의 WTO 가입이 발효되었다. 베트남의 도이모이(개혁)와 개방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탄력을 받게 되었고,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과 WTO 가입으로 외국인 투자가 급속하게 증가하여 경제발전이 가속하였다. 중국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도 WTO 등 국제 무역·금융 체제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였다.
셋째,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국제 무역·금융 체제 가입을 지원하고 북한에 대한 공적 경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민간 기업의 대북 투자를 견인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이 알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새 정부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하는 경우의 이익을 구체화하여 비핵화가 핵 보유 지속보다 북한 정권과 주민들에게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전홍택 KDI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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