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한반도평화워치] 대만해협 평화 위해 한·미 소통과 국제 연대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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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탈냉전 시대 개막을 알린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 정치의 귀환과 국제 안보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 중국·인도 국경, 한반도 등 인도 태평양의 지정학적 단층대에서도 유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중 대만해협의 위기 사태가 주목받고 있다.
인구 2300만 명, 면적 3만6000㎢의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이지만 독자적 행정력을 가진 실체다. 1971년 유엔 대표권을 중국에 잃고 70년대 미국 등이 외교 관계를 단절하며 현재 수교국 13개로 국제적 고립 상태다. 중국과의 양안 관계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관한 92년 합의를 기반으로 대만은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도 통일을 강제하지 않는 현상 유지 속에, 해운·항공·우편에서 2000년 소삼통(小三統), 2008년 대삼통(大三通)이 실현되고, 4류(경제·과학·문화·체육 교류)로 무역·투자·교류 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 대만·미국·중국 삼각관계의 변화와 함께 대만해협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에서 대만 통일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강화되고 미국에 대한 자신감이 증대되면서 대만에 군사·외교·경제적 압박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경쟁·대립이 깊어가는 가운데 대만을 대중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동시에,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반도체 공급을 고려해 관계를 확대하고 국제적 지위 향상을 지원한다. 대만도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시행 이후 강압적 중국화의 실체를 보면서 중국의 일국양제 통일 방식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통일 지지 여론도 99년 28%에서 2022년 2%로 급감했다.
미국외교평의회는 2021년 4월 보고서에서 대만해협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보았다. 홍콩 소재 중국양안아카데미는 지난해 5월 대만 무력충돌 지수를 10점 만점 기준 7.2로, 50년대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피난한 때의 6.7 이래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대만 통일을 중국몽의 핵심 과제로 삼아 장기 집권 유산으로 남기려는 시진핑 주석은 평화 통일이 어려울 경우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언한다.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70%가 무력 침공을 지지하고 37%가 3~5년 내 실현을 기대했다. 중국군은 지난해 969회, 올해 1~5월 465회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시위를 벌이며 대만해협 인근 육·해상 군사력 배치와 군사 훈련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 필립 데이비드슨 인도 태평양 사령관이 상원에서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 상륙 능력을 보유할 것이라 증언했다. 에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은 올해 5월 중국의 대만 공격이 2020년대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밥 워크 전 국방차관은 가장 현실적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한 워 게임 결과, 18대 0으로 중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고 밝혔다. 중국군 능력의 현저한 증강을 말해준다.
미국, 대만 침공 대비한 억지력 강화 나서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비대칭적 무기 공급으로 대만을 공격하기 어려운 목표로 전환하는 한편, 대만과 관련한 전략적 모호성을 새로운 상황 변화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찰스 글레이저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만이 한·일처럼 전략적 가치가 높지 않고 중국이 대만을 가져도 미군 잠수함 전력으로 해상 교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대만 무기 공급은 지속하되 방위 공약은 축소해도 된다고 말한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공세적 대외 행태에 비추어 전략적 모호성은 유용하지 않은 만큼 전략적 명료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반복되는 대만 방위 언급과 ‘하나의 중국 정책’ 확인을 보면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 사이를 오가면서 후자로 향하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 정책은 역내의 평화로운 현상 유지와 중국·대만 모두와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인데, 중국의 군사력 증대와 미·중 갈등으로 어려워졌다. 미국은 지난 2월 미사일 구축함의 대만해협 파견, 3월 백악관·국방부·합참 전직 고위 간부로 구성된 고위급 안보 대표단 파견 등 대만 관여 수준을 높이는 데서 보듯, 대만 카드를 대중 견제에 적절히 활용하면서 대만 공격에 대비한 억지력을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대만은 전략 물자인 파운드리 반도체의 세계 생산량 60%를 점하고 미국의 8대 무역국이다. 권위주의와의 대결 구도에서 중국인의 민주화 성공 사례인 대만의 가치가 커졌으며, 대만 정체성이 강해지면서 탈중국을 가속하고 있다. 2021년 10월 추쿼층(邱國正) 대만 국방장관은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였으나, 군사 대비태세가 현저히 부족해 비대칭 전력을 중심으로 방위력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당분간 중국의 무력 대응을 초래할 상황을 회피하면서 독자 영역을 확대하고 방위 능력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위기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희박하지만, 수년 내에 대만 주변의 군사력 균형이 중국으로 확실히 기울면 미국의 억지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 공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사하게 미사일 공격, 특수부대 파견, 도서 점령, 전면 침공, 해로 봉쇄, 사이버 공격, 정보심리전, 외교전 등 강압 조치와 무력 공격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전, 또는 무력 사용에 미치지 않는 애매한 조치로 상대가 반격을 고심하게 만드는 회색지대 전략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오리아나 마스트로 스탠퍼드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이 대만 주요 시설에 대한 미사일·공군 공격, 해군·사이버 공격을 통한 봉쇄, 주변 미군 미사일·공군 공격은 가능하지만 대만 본토 상륙 공격은 어렵다고 보았다. 중국 억지에는 중국 미사일 제어를 위한 미사일, 무장 드론, 장거리포, 대함 무기 등을 괌·일본·필리핀에 배치하여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동맹국·우호국들의 협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 분석하였다.
대만은 한국의 6번째 교역 상대국(지난해 476억 달러)이고 대만해협이 유럽·중동과의 주요 해상 운송로라는 점에서,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전의 이해 당사자다. 대만해협 위기 사태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서 양동작전으로 한반도에서 북한을 부추겨 미국 전력을 분산시키거나, 북한이 미국의 대만 지원에 따른 공백을 활용한 남침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다. 중국의 대만 공격은 쉽게 동북아 전쟁으로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전술핵이 사용될 위험이 크다. 일본은 미국과 대만 위기에 대한 협의를 개시하고 대만에서 200㎞ 떨어진 이시가키지마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였다. 유럽도 ‘하나의 중국’ 정책 범위 내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대만해협의 현상을 유지하고 위기 사태를 사전에 막으려는 국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한국은 종래 보수·진보 구분 없이 대만 문제 언급을 피해 왔으나,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미리 대만 위기 대비책 마련해야
대만 위기가 깊어지면 우리는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 봉쇄·사이버전 대응에 관한 미국과의 협조 문제와 함께, 무력 공격 시 한국군의 지원 여부, 주한미군의 대만 해역 출동 및 주한미군 기지 사용 등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전자의 경우 동맹 차원에서 가능한 협조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북한의 현존하는 군사 위협에 비추어 미국은 일본·호주와 달리 한국군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여력이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대만 출동도 북한 위협 대비와 주한미군 편제상 투입의 부적절성에 비추어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 또 대만 출동 미군의 주한미군 기지 사용은 미국이 전선의 확대를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가급적 피하려 하겠지만, 전쟁 양상에 따라 필요한 상황이 오게 되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간접적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만해협 군사 충돌은 우리로서는 반드시 막아야 하지만 혼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가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상황 전개에 맞춘 대비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면서, 미국과도 긴밀한 전략 소통을 통해 한반도의 전략적·지정학적 고려에 기초한 실질적 협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외교부 차관,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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