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 전 주일 대사] 한·미·일 협력,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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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담에서 5년여 만에 복원된 후 다자회의 계기에 수차례 열렸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공동선언 채택으로 기본 방향을 세운 데 이어, 세 나라만 따로 모여 개최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한·미·일 협력 체제가 가속 페달을 밟게 된 것은 한·일 관계가 한국의 결단으로 개선된 데 힘입은 바 크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 위협,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안보 상황에 대한 대처와 함께 권위주의 확산과 자유주의 국제질서 도전 요인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이다. 한국은 3국 협력 체제의 발전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첫째, 한·미·일 협력에 관한 세 나라의 국력·국익·입장·지향에는 편차가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는 삼국 협력에 적극적이고, 그 대상을 인도·태평양(인·태) 지역과 글로벌 차원으로 넓혔다. 미국은 아시아 전략상 3국 협력을 중시해왔고, 대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인·태 전략상 소다자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강력한 한·미·일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일본은 한·일 관계 악화 이후 쿼드, 나토 연계, 인·태 전략 등 다른 기제에 집중하였다가 한·일 관계 개선으로 자세가 바뀌었다. 상이한 시각차를 잘 조율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미·일과 국력·취약성의 비대칭성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우리 정체성과 역량에 걸맞은 3국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민주화 성공 국가로서 인·태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하고, 무역 국가로서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하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국가로서 제3세계(Global South) 연계와 가교 역할을 하고, 중견 국가로서 규범에 근거한 지역 질서 확립에 힘쓰며, 자원 빈국으로서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전략·첨단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지역적·지구적 차원을 포괄하면서 국익을 반영한 중요한 의제들을 담아내야 한다. 북한 비핵화 재가동, 북핵 억지 강화, 대북 제재 이행 강화, 북한 인권 개선, 북한 개혁개방, 공급망 교란 시 상호 융통 제도, 경제안보협의체 설립, 원자력 협력, 사이버·우주 협력, 기후변화 공동 대응 등이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넷째, 중국의 반발과 강압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동시에 과도한 수사(修辭)로 미·중 대결 국면을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것을 막고, 차분하게 구체적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미·중 대립을 완화하고 기후위기·세계보건 등 미·중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협력을 추동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 국민과 언론에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과 한·중 관계 관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안보 미국, 경제 중국(安美經中·안미경중)’의 전략적 모호성에 익숙했던 국민에게 우리 외교 기축의 변화와 영향을 이해시키는 작업은 정책 시행의 동력 확보에 긴요하다. 특히 국민 감정상 여전히 한·일 협력에 민감한 안보 분야는 국민 설득이 더욱 중요하다.
여섯째, 한·미·일 협력을 지탱하는 요소는 한·일 관계다. 양국 분위기가 개선되었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또 3국 협력 성과가 한·일 관계 조기 안정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주요 분야별 3국 장관·고위급·실무 협의체를 만들어 협의를 정례화하고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체계적 협력을 위해 한·중·일 협력사무국(TCS)처럼 상설 사무국을 한국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미·일 체제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비슷한 입장인 호주·캐나다·뉴질랜드를 포함해 사안별로 ‘열린 플랫폼’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빠른 속도로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는 한·미·일 협력 체제는 복합대전환기를 헤쳐갈 기제라는 점에서 기회지만, 여러 취약성이 있는 우리에게 부담도 따른다. 일관되고 능동적인 기여로 신뢰를 쌓음으로써 부담을 덜 외교 공간을 찾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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