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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전 주일 대사] 북한 문제 전체를 다룰 유엔 기구를 만들자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4-05-03 10:58    670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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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해오던 전문가 패널 활동이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패널은 매년 북한의 제재 위반 사항을 조사해 유형별로 제시하고, 다양한 제재 회피 수단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뒷배이자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1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일몰조항을 추가하자는 주장을 하고, 다른 나라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러시아는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형식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이 먹히지 않아 반발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북한과의 불법 무기거래가 전문가패널 조사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다.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묵인하는 등 기존의 제재를 빈 껍데기로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더 나아가 이번에 대북 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심판을 없앤 셈이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은 답보 상태다. 북한은 협상을 거부한 채 지속적으로 제재를 위반하며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반면 대북 압박의 힘은 분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적대적 남북 분리정책(2 국가론)과 무력통일 노선으로 방향을 선회하며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반도 무력 충돌이 핵 전쟁으로 비화할 리스크가 커졌다. 그런데도 중국은 대미 전략경쟁을 하며 북한을 카드로 활용하고, 미국은 대외 정책에서 북한 핵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미뤄두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포탄이나 미사일 등 북한의 지원을 염두에 두고 북한 편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통섭적인 대북 접근을

마침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 회원국 50개 나라가 1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분석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 패널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북핵에 한정하지 않고 북한 문제 전체를 포괄하는 통섭(統攝)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길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와 원칙을 다시 세우고 이를 반영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필요조건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실효적 억지와 방어를 위해 우리 자체 역량을 축적하고, 한·미 연합방위 체제의 강화, 가치공유 국가와의 중층적 연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북한 문제는 북한의 변화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대북정책은 북한의 내부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촉진할 중요한 요소는 시장과 외부 정보다. 북한의 시장화를 유도하고 북한 사회가 외부 정보와의 접촉면을 늘리는 조치들을 인내심과 지속성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 물론 대화와 인도적 지원 용의를 밝힐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 핵 문제와 인권 문제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재원을 북한 주민의 인권을 도외시한 불법 활동으로 충당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은 북한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면서 비핵화를 견인할 주요 수단이다. 넷째, 대북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통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외교·경제·군사·정보 분야의 우리 국력을 잘 결합해 정책 효과를 높여야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이 보여주듯 최신 과학기술의 활용은 큰 승수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배가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는 북한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여섯째, 북한 문제의 조기 해결은 어려우므로, 지속적이고 실효적인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제재 이행 강제성 부여가 관건

이런 다양한 고려 요소들을 토대로 현재 국제사회가 전문가 패널의 후속으로 검토 중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크게 총회 결의에 기초한 기구와 유엔 체제 밖의 유사의지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형태 기구의 두 개 방안이다. 전자는 새로 만드는 기구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비교적 북한과 연계가 덜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을 통칭)의 협조를 얻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이는 총회 결의를 채택하는데 상당한 외교력을 들여야 하고 다양한 이해충돌로 기구 조치의 강도와 이행력이 떨어지는 약점도 있다. 후자는 제재 이행과 관련해 한국·미국·일본·유럽·캐나다·호주의 협조가 이미 축적되어 있어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실효적 조치를 만들기 쉽다. 그러나 유엔체제 밖이라는 점에서 정통성이 떨어지고, 불참 국가들의 협조를 얻기 어려우며, 대북 제재에 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약해서 총회 표결을 피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엔의 대표기관인 총회 결의에 근거한 상설 기구 설치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상당 기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자주의가 약화하고 있지만, 범세계적 국제기구인 유엔의 정통성과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등 우방국과 협조하여 총회 결의로 북한 문제의 핵심인 핵과 인권을 연계해서 다룰 전문가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또는 반인도범죄 자료증거를 분석한 사건 파일을 준비해 국내법원·국제재판소에서 위반자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을 지원하는 시리아 범죄조사메카니즘(IIMM-Syria)과 같은 기구 설립도 방법이다. 이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유사의지연합 형태의 기구를 병행할 수도 있다. 우리가 그동안 축적한 외교자산을 투입하면 달성 가능할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이 ‘강한 그립은 약한 손의 징표’다. 미·중 대결과 북·러 밀착으로 북한 상황이 일부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북한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길은 험난하고 내부 불만은 쌓여 간다. 북한에 끌려다니지 말고, 민주사회의 창의력과 역동성·탄력성에 기반을 둔 우리 프레임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모색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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