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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 서울 : 자멸인가, 공멸인가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4-06-14 10:33    612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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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과 인구문제는 항상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초’를 기록하는 동시에 ‘현대 인류 최악의 소멸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렵지만, 이에 가려진 두 가지 점 역시 그 못지않게 어둡다. 하나는 정부 추계와 예측이 크게 틀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 서울이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점이다.

2011년 정부의 장래 인구추계를 보면 2021년 출생아 수는 45만명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는 26만1000명이었다. 합계출산율 예측은 1.36명이었으나 실제는 0.81명이다. 2016년 정부가 전망한 2022년 출생아 수는 41만1000명이나 실제는 24만9000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1.26명이었으나 실제는 0.78명이다. 약간의 오차 정도가 아니라 너무 큰 격차다. 


국가는 왜 코앞의 추계조차 계속 실패하는가? 역설적으로 이 오류는 오류가 아니다. 오래도록 국가 목표와 전망을 조기 달성해온 한국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인간문제로서의 인구문제는 국가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 성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자주 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인구증가와 인구폭발에 뒤이어 곧바로 등장한 인구감소와 인구소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개별적·집합적 인간문제에 대한 ‘국가 성공 패러다임’의 전환이 급선무다. 국가 성공과 인구실패가 한 짝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밀한 분석기법을 총동원하여 추계한 코앞의 전망조차 완전히 압도할 만큼 젊은 한국인들의 ‘지금 현실’과 ‘단기 미래’에 대한 개인적·집합적 진단은 국가와 완전히 다르다. 인식과 접근의 극적인 괴리다. 요컨대 젊은 한국인들의 이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진단을 희망으로 바꿔주지 않는 한 결코 풀 수 없다는 말이다. 한 사회의 ‘집합적 인구실패’는 개개인의 ‘개인적 인간실패’에 대한 회피 노력의 총합이다. 즉 출산 급감은 자기보존을 위한 실존적 저항의 사회적 귀결인 것이다.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이 국가에서 인간으로, 국가 중심에서 인간 배려로 전환되지 않는 한, 어떠한 국가 성공도 인간문제로서 인구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

최악에 가려진 또 다른 최악은 서울의 이중 역할이다. 일찍이 셰익스피어는 동일인의 선악 이중역할을 놀랍도록 잘 보여준 바 있다. 깊이 뒤엉킨 두 역할은 결말로 갈수록 점점 선명해진다. 인구문제에 관한 서울의 역할이 딱 그러하다.

우선 서울의 출산율은 세계 최악인 한국에서도 단연 최악이다. 최저 출산율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전국 평균과의 격차도 너무 크다. 2023년은 0.72명 대 0.55명으로 무려 0.17명 차이다. 기초자치 단체들끼리 출산율을 비교하면, 전국 평균은 고사하고 0.6명을 넘는 곳조차 25개 자치구 중 6곳에 불과하다. 이게 서울의 출산 현실이다. 대한민국 소멸의 선도 역할은 지방이 아니라 서울인 것이다.

인구출산으로 보면 수도 서울은 자족기능은커녕 자기생존조차 불가능하다. 출산율에 따른 지역소멸 지도를 그리면 지방소멸이 아니라 서울소멸이 단연 먼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방소멸 지도와 출산율 지도는 완전 반대다. 기초자치단체별로 소멸 지도를 그릴 경우 서울은 온통 적색 일변도로 녹색은커녕 연두색조차 하나 없다.

서울 인구는 1992년 1093만5230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한 세대 만에 서울의 인구는 150만6858명이나 감소하였다(2022년). 엄청난 규모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장래 추계가 맞는다면 한 세대 후 서울의 인구는 다시 같은 규모(149만)가 줄게 된다(장래인구추계 시도편:2022~2052년). 모든 시도 중 단연 최대 감소다. 물론 서울은 인구유출 및 감소율에서도 전국 1위다. 최근 10년(2014~23) 동안 서울의 전출인구와 전입 인구는 각각 547만 대 461만이었다. 86만명이 순유출된 것이다. 서울의 인구증감율도 -7.5%로서 역시 전국 1위다. 최저 출산율, 최대 유출, 최대 감소율 모두 1위다.

서울은 출산과 인구 지표만 놓고 보면 벌써 붕괴 단계에 진입해있다. 최악의 수도 소멸 위험을 저지하고 가려온 요인은 지방인구의 인위적 흡수였다. 서울은 최악의 출산율을 통해서는 자기소멸의 선두에, 지방인구의 장기 유입을 통해서는 지방소멸의 선봉에 서왔던 것이다. 수도가 자신과 지방을 공멸로 이끄는데도 불구하고, 권력과 자원, 신도시와 첨단산업의 중앙집중을 계속할 것인가?

고전들에 따르면 자멸적 몰락 이후 로마의 인구와 도시는 완전 폐허 수준이었다. 에드워드 기본조차 대작을 인구문제로 끝맺는다. 당시 로마 인구는 고작 17만이었다. 믿기지 않는 이 끔찍한 폐허는 사실이었다.

오늘의 스웨덴을 정초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최고 인구학자 중 한 명인 알바 뮈르달은 실천적 해법을 만들지 못하면 인구 감소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며 자기 영속적인 국민청산의 형태를 띠게 된다고 경고한다. 국민으로서 우리가 스스로 자기청산을 향해 나아가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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