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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남북 평화공존의 2국 체제 전략 수립해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4-01-22 10:58    232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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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지정학적 경쟁 시대가 열리자 유라시아 주변부의 전통적인 지정학적 지진대에서는 전쟁이 들불처럼 번졌다. 동유럽·중동에 이어 다음 전쟁터는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화약고 앞에서 불장난하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부터 대남 위협을 퍼부었다.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핵 무력의 지속적 증강”과 “남조선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지시했다. 사실 익숙한 협박이며, 한국군과 한·미 동맹의 효과적인 대응이 기대된다.

그런데 난데없이 김정은이 “대한민국 것들과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라며 김일성 시대부터 지켜온 ‘1 민족, 1 국가’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은 줄곧 연방제 통일,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며 통일 공세를 폈는데, 돌연 한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을 포기한 것은 무슨 꿍꿍이속일까. 보다 중요한 질문은 북한발 ‘2국 체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이 무엇인가이다.

향후 한반도 앞에는 3개의 길이 예상된다. ▶통일 경쟁과 전쟁 위기가 상존하는 현 분단 체제, ▶김정은이 선언한 ‘적대적 2국 체제,’ ▶평화공존의 2국 체제 등이다.

여기에 최선의 선택지는 없다. 분단 체제에서 남과 북은 제각각 영토와 주권이 불완전한 반쪽 국가로 인식하고, 온전한 국가가 되기 위해 무한 ‘통일 경쟁’을 벌였다. 서로 먹고 먹히는 제로섬 ‘통일 경쟁’은 전쟁 위기 상존, 대화·협력 붕괴, 빈번한 군사 충돌, 북한 핵무장, 남북 군비 경쟁을 초래한 근원이었다.

결국 ‘통일 경쟁’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통일하여 하나가 되거나, 통일을 포기하고 완전히 남남으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당분간 통일을 포기하고 ‘2 국가’로 사는 것이 ‘통일 경쟁’에서 벗어나는 현실적 방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북한은 “영구 분단을 획책”한다며 반대했고, 국내에서도 반통일적·반민족적·반헌법(3조 영토조항)적이라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추세가 변했다. 북한은 ‘우리 민족 제일주의’ 구호를 ‘우리 국가 제일주의’로 대체하고, 김여정은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자”고 했다.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절대다수 국민은 분단국가도 통일 국가도 아닌 ‘2국 체제’를 선호했다.

한국도 ‘2국 체제’를 추진했던 적이 있다. 냉전 말 유행했던 ‘4강 교차 승인’ 주장은 한반도 ‘2국 체제’를 전제로 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중앙일보 칼럼(2015년 9월 14일자)에서 1989년 자신이 통일부 장관 때 만든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참조한 “한국판 2국 체제”이며 “한반도에서 두 국가 체제가 상당 기간 공존·협력”하는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한국은 1991년 9월 유엔에 동시 가입하면서 국제법적으로 ‘2국 체제’를 수용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해 12월 남북기본합의서 협상 때 ‘2국 체제’를 거부함에 따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타협안이 채택되었다. 이로써 ‘2국 체제’의 정착은 불발했고, 남북 간 ‘통일 경쟁’이 지속되었다.

현재 한반도는 분단 체제와 2국 체제의 갈림길에 있다. 우리 국민은 전쟁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화공존의 2국 체제를 원한다. 그런데 김정은이 언급한 ‘적대적 2국 체제’에서는 분단국 간 ‘통일 경쟁’이 적대국 간 ‘안보 경쟁’으로 대체될 뿐이므로 여전히 전쟁 위험이 상존한다. 그래도 주목해야 할 ‘2국 체제’의 특성이 있다. 분단 체제에서 분단국은 구조적·이념적으로 ‘통일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국 체제에서는 냉정한 국익 계산에 따라 적대 관계를 평화공존 관계로 리셋하는 선택이 가능할 수 있다.

정부는 예상되는 북한발 2국 체제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판 평화공존형 2국 체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2국 체제’ 추진 경험이 참조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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