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 서울대 명예교수] 대통령에게 진짜 부족한 건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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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며 확인하고 싶었던 게 하나 있었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왜 이렇게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생각할까 하는 것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어서, 변화한 민심을 대통령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듣고 싶었다.
대통령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토요일 중앙SUNDAY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함을 13번이나 언급했다는 점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런데 회견을 지켜보면서 또 다른 궁금증이 들었다. 대통령은 과연 무엇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대통령은 ‘과정과 방법에서’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과정과 방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공감과 배려, 겸손과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대통령의 진단대로라면, 지지율을 높이려면 더 많이 소통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면 될 일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그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쉽게 회복될 수 있을까. 기자회견 직전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정책이었다. 그리고 인사, 경제와 민생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여기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공소 취소 논란, 연임 개헌 논란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쟁점이 겹쳤다. 이런 것들은 이 대통령이 말한 ‘과정과 방법’의 문제이기보다는 근본적인 정책의 방향, 국정 기조, 리더십 스타일과 더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지지율 하락은 소통의 부족이나 지지층 내부의 분열도 있겠지만, 정책의 실패, 리더십의 유능함에 대한 신뢰 하락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실질적 성과로 평가’ 받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나중에라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현실적으로 성과보다 부작용이 클 것 같은 정책이 적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찰을 없애면 치안 상태가 더 좋아지고 부패는 더 줄어드는 것인지, 육사를 없애면 국방력은 더 강해지는 것인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인상적이었다. 서울 강남 집값은 내려가고 다른 지역의 가격은 오르는 최근의 흐름을 대통령은 ‘평탄화’ 과정이라고 했다. 이후 청와대가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국민에게는 서울 강남과 비강남의 집값 차이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강남 집값이 내려가도 다른 지역의 가격이 올라 젊은 세대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면 그것을 ‘실질적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서울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전국 평균보다 9% 포인트 높은 64%였다.
취임 연설에서 실용을 강조하고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했지만, 그동안의 정책 방향은 이념적이고 과거지향적인 것 같다. 특정 집단을 ‘불의의 대상’으로 정해놓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과감하고 통쾌하게’ 그들을 무찌르는 것이 국정의 기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실용을 중시한다면 정책의 방향은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정책의 결과물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것은,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보여주듯,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이젠 ‘변방의 비주류’가 아니고 대한민국을 이끄는 국가 최고 책임자이고 더욱이 국회를 장악한 거대 정당의 실질적 지도자다.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언제나 서로 다른 요구가 존재한다. 이 대통령이 말한 대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은 상이한 관점과 이해관계 가운데 어느 한쪽의 요구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여론의 지지율은 단순한 인기의 척도가 아니라 국정의 방향을 점검하게 하는 민심의 신호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지율이 급락했다면 대통령이 옳다고 믿는 방향과 국민이 원하는 방향 사이에 간극이 생긴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번 떨어진 지지율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못하면, 남은 임기는 더욱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변화나 국민이 수긍할 만한 성과가 없다면 ‘부족했다, 잘하겠다’는 말만으로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다짐이 아니라 달라진 국정이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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