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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정치학회 주최 한국학 세계대회 기조연설] “북, 주민 삶의 질 향상이 체제보장 길”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19-06-25 13:48    2,89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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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빅 딜(big deal)’의 기조하에 속도를 올리다가 돌연 ‘노 딜(no deal)’로 마무리되는가 하면, 느닷없이 정상 간 친서를 통해 활로가 열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이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하는 상황에서 국내·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혁신”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장훈 중앙대 교수) 주관으로 24일부터 3일간 건국대에서 진행되는 제7회 한국학 세계대회(World Congress for Korean Politics)에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대회 첫날 기조연설에서 “핵을 가졌지만 국제사회의 외면으로 근근이 불안한 체제를 유지하기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서 자발적 지지를 얻는 것이 진정한 체제보장의 길이라는 점을 김정은 위원장이 빨리 깨닫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또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조합은 앞으로도 쉽게 오지 않을 평화 달성의 호기라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김 위원장이 대화 거부 자세를 거둬들이고 조건 없이 미국과 실무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그래야 성과있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작업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한국과도 대화하고 교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8개국에서 온 550여 명의 학자는 이날부터 3일간 6개 세션에 걸쳐 한반도 상황 등 방대한 주제에 관해 토론에 들어갔다. 참석자들은 첫날부터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마르코 밀라니 박사는 ‘북핵 프로그램의 진화(The Evolution of theNorth Korean Nuclear Program)’라는 논문에서 “북핵은 효율적인 군사 옵션인 동시에 북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내부를 결속시킨다. 이 때문에 비핵화를 위해선 높은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에 나설 경우,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온 ‘핵보유국’이라는 정체성을 대신할 뭔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밀라니 박사가 제시한 방법론은 이렇다. 

“덜 적대적인 국제 환경에선 국방 대신 다른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성과를 거둔 국가가 중국과 베트남이다. 비핵화 프로그램은 정권이 안정적이어야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을 동원할 경우, 개혁이나 경제협력은 외부가 아닌 반드시 북한 정권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무장지대(DMZ)에 남북한 주민이 함께 거주하는 이른바 ‘인큐베이터 빌리지(incubator village, 남북 공동체 마을)’를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북텍사스주립대 김영훈 교수와 지역개발연구팀은 ‘비무장지대(DMZ) 개발을 위한 예비연구: 남북 공동 인큐베이터 빌리지 구상’이란 논문에서 “인큐베이터 빌리지는 남북한 주민이 한반도 통일을 미리 경험하는 좋은 기회이자, 전 세계에 통일 한반도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할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경기 파주와 강원 고성·철원 일대를 후보지로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인큐베이터 빌리지 건설을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의 장기적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고,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이나 비효율을 억제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국제연합(UN)이나 3국의 개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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