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전문] 한국과 일본이 함께 만드는 아시아 평화 경제 공동체의 꿈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0-11-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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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겸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 및 미래 협력을 위한 방안에 대해 기조강연을 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전문.
안녕하십니까.
꽉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써오신 한일 양국의 지도자 여러분들과 오늘 뜻깊은 자리를 갖게 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리를 함께 해주신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남관표 주일 대사, 박기영 산업자원부 통상차관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께도 감사드립니다.
일본의 지성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양국의 성취를 “쌍둥이 국가”로 표현했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도 저서 ‘총 균 쇠’에서 두 나라를 “같은 피를 나누었고, 성장기를 함께 보낸 일란성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동아시아의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백제 문화를 바탕으로 일본 고대 문화를 꽃피운 아스카 시대, 전쟁으로 단절된 교류를 조선통신사를 통해 복원한 에도시대는 한일 양국이 협력했던 빛나는 시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양국은 2500년동안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각자의 문명수준을 향상시켰고, 특히 1965년 이후에는 역사상 최고의 상호이익을 실현했습니다. 양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의 지배, 인권 존중, 환경,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단 둘 뿐인 OECD국가입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고, 한때 미국의 지위에 도전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지금도 3조 달러의 순자산을 가진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가입니다.
한국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 최고의 문명국가였고, 전후 유일하게 개도국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에 모두 성공한 나라입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현대자동차를 동시에 가졌고 BTS를 탄생시킨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은 외교‧과거사‧경제‧안보의 모든 영역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y)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문명국가의 수치입니다. 여기서 단 하나의 갈등 요인이라도 추가되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 될 수 있습니다.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다행히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는 실용적 현실주의자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악화된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일협정 60주년인 2025년을 목표로 양국이 지금부터 역사화해 프로세스에 돌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국과 식민지의 역사화해는 서양에서도 이루지 못한 난제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상대로부터 배웠던 문명의 콘텐트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알리는 작업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과거사 해결은 역사 문제를 직접 다룸으로써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공유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입니다. 미래가 과거를 정리한다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양국이 성숙한 관계에 돌입한다면 두 나라가 중심이 되고 중국까지 포함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유럽은 30년 전쟁의 산물인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큰 흐름에서는 현재의 협력제체를 갖추는 쪽으로 진화의 경로를 밟아 왔습니다. 우리도 아시아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수천년에 걸쳐 축적된 뛰어난 문명의 힘으로 유럽이 부러워할 정도의 아시아 평화 경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대 일본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1995년 자민당 사회당 연립정권의 무라야마 총리가 아시아 대상 담화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3년뒤인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선언은 이를 계승했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담긴 최초의 공식 합의 문서입니다.
강제 병합 100년이 된 2010년에는 민주당 정권의 간 나오토 총리가 한반도만을 특정해 반성 사죄를 표명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이 담화에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고, 이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광복 70주년인 2015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는 “패전국은 피해을 입힌 분들에 대해서 그들이 더 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무한 책임론을 언급했습니다. 식민지배가 부당하다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자리잡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에 대해서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넘어가는 아량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을 기반으로 세계평화와 번영에 앞장서왔고, 한국 경제 발전에 힘이 되어준 존재라는 인식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양국이 역사화해에 도달한다면 유럽 버전의 역사화해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유럽의 역사화해와는 달리 제국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 피해국가에 사과와 반성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서에서조차 일본을 배타적 감정으로 단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동양평화와 세계평화에 함께 나서자고 했습니다. 일본과 싸웠던 김구 선생은 해방이 되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친일파라면,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중국을 만든 덩샤오핑의 지혜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 개방 개혁 원년인 1978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센가쿠열도, 중국말로는 댜오위댜오를 둘러싼 양국 분쟁을 질문받자 “지금의 중일 지도층보다 더 지혜로울 다음 세대에게 이 문제를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등샤오핑 방문 이후 30년 가까이 대 중국 원조프로그램을 가동해 수백억 달러를 제공했습니다. 중국은 이 돈으로 베이징과 상하이에 공항을 짓고 지하철과 교통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당시 나카소네 총리는 일본 재정이 빠듯했지만 원조 액수를 늘리자고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는 “전쟁 때 큰 고난을 일으킨 것에 유감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덩샤오핑은 “일본과 중국의 친교역사는 21세기에도, 22세기, 23세기, 43세기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선진국 최초로 광대한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를 원했고, 중국은 일본의 자본력과 기술이 필요했기에 통 크게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했던 것입니다. 오늘의 한일 양국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이미 한세기 전 아시아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근대화를 이룩한 저력이 있는 이웃 나라입니다. 일본을 문명국이자 경제 안보의 파트너로 대우하면 현재의 갈등은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습니다. “과거에 머무른 자는 한 눈을 잃고, 과거를 잊은 자는 두 눈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러시아 격언이 있습니다. 한일양국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되 역사의 노예가 돼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올 연말로 예정돼 있습니다. 내년 7월에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게 됩니다.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한 전기입니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양국 정상의 만남과 결단을 통해 관계 복원을 추진하려는 메신저들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현해탄을 넘었습니다. 양국 모두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관건은 실제적 조치와 행동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한일관계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부통령 시절인 2013년에는 한일 양국을 방문했습니다. 아베 총리에게는 역사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일본과 화해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멀어진 부부를 다시 이어주는 이혼상담사 같았다고 회고했습니다. 바이든 시대 미국을 맞아 한미일 3각협력체제 복원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우선 초미의 관심사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에 따른 일본기업 압류자산 현금화를 그 전까지 막아야 합니다. 스가 총리는 현금화 중단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사법절차에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특별입법 절차를 통해 일본에 퇴로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현실적인 수순입니다. 일본은 경제 보복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을 정상화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기업 압류재산의 현금화는 일본기업의 즉시항고‧재항고 절차, 감정 절차, 시장에서의 실제 매각 등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이 우려하는 총리 방한 이후 현금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지금 한일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양국 관계가 어려울 때일수록 정상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 저는 양국의 지도자들이 통큰 타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조치를 취하자고 했습니다. “일본이 곤란해하면 굳이 받지 않겠다”라고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것이지만 국제법적인 약속인 한일협정과 충돌하는 만큼 더 이상 일본을 압박하지 말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한국이 결단하면 일본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난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국은 전향적 용의를 밝힘으로써 단번에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과거 두차례 배상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서 특별입법을 통해 세 번째의 배상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친일시비로부터 자유롭고, 민주화의 정통성을 가진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결단을 내릴 자격과 여유가 있습니다.
대신 일본 정부는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강제징용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한반도를 대상으로 솔직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던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를 기반으로 하고,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선언처럼 양국 정부간 합의의 형태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스가 총리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이 기간중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열려 양국 관계에 돌파구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면 당장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방역협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유럽처럼 동북아에서도 전력 수퍼그리드를 구축하는 일도 한일 두 나라가 손을 잡으면 능히 해낼 수 있습니다. 유럽은 전력을 이미 모든 국가가 나눠서 쓰고 있습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은 양국 국민 모두가 상호협력의 생산적 결과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메가 프로젝트(Mega Project)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한일비전포럼의 멤버인 LS 구자열 회장의 숙원 사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유럽통합의 첫 걸음이 석탄과 철강 공동체를 만든데서 시작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 양국은 모두 자원빈국이며 해외의존도가 높습니다. 두 나라가 손잡고 해외로부터의 자원개발과 수입을 공동으로 할 경우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양국이 비교우위 분야를 결합해 합리적인 분업으로 대처하면 해외인프라 수주 경쟁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입니다.
한일 FTA 체결도 급진전될 것입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관계를 비정치적인 경제통상분야 협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양국은 신성장동력 분야인 4차산업에서 체계적인 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SK반도체는 일본 도시바 반도체에 투자하고, 한국의 일본내 투자기업인 네이버 라인이 일본의 야후재팬과 손을 잡았습니다. 양국은 에너지 다소비국가입니다. 에너지‧기후변화‧녹색성장에서 협력이 가능합니다. 표준화와 특허 분야에서도 북미‧유럽과의 경쟁에서 힘을 합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 대한 공동대응도 절실합니다.먼저 경험한 일본과 이제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든 한국이 협력하면 제약, 의료기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 지원 서비스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실버사업을 키우면 10년안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중국 등의 나라를 상대로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펼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 3위와 11위의 경제강국입니다. 상호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해서 세계 경제를 견인해야 할 공동의 책무가 있습니다. 양국의 산업구조는 수직적 협력관계에서 어느덧 수평적 경쟁구조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각자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윈윈(win-win)의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여러분, 한국은 2002년 한일공동월드컵 때처럼 내년 도쿄 올림픽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적 관계를 복원할 때 미국과의 관계를 증진할 수 있고, 중국으로부터도 더 공정한 대접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 일본, 미국, 중국의 존중을 받는다면 북한도 한국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독일과 프랑스는 1963년 아데나워 수상과 드골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엘리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세 번에 걸쳐 큰 전쟁을 했던 두 나라는 지속적으로 인적교류가 확대됐고 관계도 극적으로 개선됐습니다. 두 나라는 유럽 통합의 쌍두마차로 선두에 섰고, 이는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한일 간 연간 1000만명 교류의 시대입니다.
한일 두 나라도 아시아판 엘리제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합니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북일 국교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침 스가 총리는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도울 의사가 있습니다. 일본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에 동참하는 것은 양국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일청구권 자금은 북한이 개방됐을 때 경제 개발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 수요는 돌파구가 필요한 일본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을 북한 변화의 촉매제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됩니다. 두 나라가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이렇게 차고도 넘칩니다.
여러분, 도고 시게노리는 태평양 전쟁 개전과 패전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고, 도쿄 재판에서 A급전범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중 사망했습니다. 그는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단 조선 도공의 후예입니다. 그의 손자인 도고 가즈히코 교토 산업대 교수는 외무성 조약국장과 네덜란드 대사를 지낸 외교관입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일본 스스로 타자의 고통을 느끼고 타자의 괴로움을 이해하는 겸허함 위에 서는 것이다. 겸허함의 좁은 문으로 일본인이 들어간다면, 일본의 고통도 반드시 타자로부터 이해받을 것이다. 타자의 심리를 알지 못하고 자기의 정의를 자랑하는 오만은 지금 일본에게는 광기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울림이 있는 감동적인 메시지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립니다. 일본이 우려하는 1965년 한일협정 체제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제가 운영하는 한일비전 포럼을 통해 민간 차원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는대로 유사시 한국 안보의 배후역할을 하는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 곳은 한국 방위를 위해 일본은 국외자가 아닌 안보의 안전핀임을 실증하는 시설입니다. 따라서 한일비전포럼의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은 한일 양국과 미국 3각안보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현재 평가절하된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도록 여론을 환기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한일 양국은 동양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서양 문명을 받아들여 근대화에 성공한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특별하고 위대한 이웃인 두 나라가 손을 잡으면 서구 위주 세계 질서의 위기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출신 아방가르드 예술가인 오노 요코는 “홀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습니다. 1500년간 서로 존경하는 이웃이었던 두 나라가 손잡고 아시아 평화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것이 여러분과 제가 함께 꾸는 꿈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헌신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만드는 아시아 평화 경제 공동체의 꿈
안녕하십니까.
꽉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써오신 한일 양국의 지도자 여러분들과 오늘 뜻깊은 자리를 갖게 돼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리를 함께 해주신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남관표 주일 대사, 박기영 산업자원부 통상차관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께도 감사드립니다.
일본의 지성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양국의 성취를 “쌍둥이 국가”로 표현했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도 저서 ‘총 균 쇠’에서 두 나라를 “같은 피를 나누었고, 성장기를 함께 보낸 일란성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동아시아의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백제 문화를 바탕으로 일본 고대 문화를 꽃피운 아스카 시대, 전쟁으로 단절된 교류를 조선통신사를 통해 복원한 에도시대는 한일 양국이 협력했던 빛나는 시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양국은 2500년동안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서 각자의 문명수준을 향상시켰고, 특히 1965년 이후에는 역사상 최고의 상호이익을 실현했습니다. 양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의 지배, 인권 존중, 환경,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단 둘 뿐인 OECD국가입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고, 한때 미국의 지위에 도전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지금도 3조 달러의 순자산을 가진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가입니다.
한국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 최고의 문명국가였고, 전후 유일하게 개도국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에 모두 성공한 나라입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현대자동차를 동시에 가졌고 BTS를 탄생시킨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은 외교‧과거사‧경제‧안보의 모든 영역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y)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문명국가의 수치입니다. 여기서 단 하나의 갈등 요인이라도 추가되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 될 수 있습니다.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다행히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는 실용적 현실주의자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악화된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일협정 60주년인 2025년을 목표로 양국이 지금부터 역사화해 프로세스에 돌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국과 식민지의 역사화해는 서양에서도 이루지 못한 난제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상대로부터 배웠던 문명의 콘텐트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알리는 작업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과거사 해결은 역사 문제를 직접 다룸으로써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공유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입니다. 미래가 과거를 정리한다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양국이 성숙한 관계에 돌입한다면 두 나라가 중심이 되고 중국까지 포함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유럽은 30년 전쟁의 산물인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큰 흐름에서는 현재의 협력제체를 갖추는 쪽으로 진화의 경로를 밟아 왔습니다. 우리도 아시아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수천년에 걸쳐 축적된 뛰어난 문명의 힘으로 유럽이 부러워할 정도의 아시아 평화 경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대 일본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1995년 자민당 사회당 연립정권의 무라야마 총리가 아시아 대상 담화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3년뒤인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선언은 이를 계승했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담긴 최초의 공식 합의 문서입니다.
강제 병합 100년이 된 2010년에는 민주당 정권의 간 나오토 총리가 한반도만을 특정해 반성 사죄를 표명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이 담화에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고, 이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광복 70주년인 2015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는 “패전국은 피해을 입힌 분들에 대해서 그들이 더 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무한 책임론을 언급했습니다. 식민지배가 부당하다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자리잡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에 대해서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넘어가는 아량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을 기반으로 세계평화와 번영에 앞장서왔고, 한국 경제 발전에 힘이 되어준 존재라는 인식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양국이 역사화해에 도달한다면 유럽 버전의 역사화해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유럽의 역사화해와는 달리 제국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 피해국가에 사과와 반성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서에서조차 일본을 배타적 감정으로 단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동양평화와 세계평화에 함께 나서자고 했습니다. 일본과 싸웠던 김구 선생은 해방이 되자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친일파라면,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의 중국을 만든 덩샤오핑의 지혜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 개방 개혁 원년인 1978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센가쿠열도, 중국말로는 댜오위댜오를 둘러싼 양국 분쟁을 질문받자 “지금의 중일 지도층보다 더 지혜로울 다음 세대에게 이 문제를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등샤오핑 방문 이후 30년 가까이 대 중국 원조프로그램을 가동해 수백억 달러를 제공했습니다. 중국은 이 돈으로 베이징과 상하이에 공항을 짓고 지하철과 교통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당시 나카소네 총리는 일본 재정이 빠듯했지만 원조 액수를 늘리자고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는 “전쟁 때 큰 고난을 일으킨 것에 유감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덩샤오핑은 “일본과 중국의 친교역사는 21세기에도, 22세기, 23세기, 43세기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선진국 최초로 광대한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를 원했고, 중국은 일본의 자본력과 기술이 필요했기에 통 크게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했던 것입니다. 오늘의 한일 양국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이미 한세기 전 아시아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근대화를 이룩한 저력이 있는 이웃 나라입니다. 일본을 문명국이자 경제 안보의 파트너로 대우하면 현재의 갈등은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습니다. “과거에 머무른 자는 한 눈을 잃고, 과거를 잊은 자는 두 눈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러시아 격언이 있습니다. 한일양국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되 역사의 노예가 돼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올 연말로 예정돼 있습니다. 내년 7월에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게 됩니다.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한 전기입니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양국 정상의 만남과 결단을 통해 관계 복원을 추진하려는 메신저들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박지원 국정원장,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현해탄을 넘었습니다. 양국 모두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관건은 실제적 조치와 행동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한일관계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정치인입니다. 부통령 시절인 2013년에는 한일 양국을 방문했습니다. 아베 총리에게는 역사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일본과 화해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멀어진 부부를 다시 이어주는 이혼상담사 같았다고 회고했습니다. 바이든 시대 미국을 맞아 한미일 3각협력체제 복원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우선 초미의 관심사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에 따른 일본기업 압류자산 현금화를 그 전까지 막아야 합니다. 스가 총리는 현금화 중단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중일 정상회담에 불참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사법절차에는 개입할 수 없습니다. 특별입법 절차를 통해 일본에 퇴로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현실적인 수순입니다. 일본은 경제 보복 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을 정상화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기업 압류재산의 현금화는 일본기업의 즉시항고‧재항고 절차, 감정 절차, 시장에서의 실제 매각 등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이 우려하는 총리 방한 이후 현금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지금 한일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양국 관계가 어려울 때일수록 정상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 저는 양국의 지도자들이 통큰 타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조치를 취하자고 했습니다. “일본이 곤란해하면 굳이 받지 않겠다”라고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것이지만 국제법적인 약속인 한일협정과 충돌하는 만큼 더 이상 일본을 압박하지 말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한국이 결단하면 일본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난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국은 전향적 용의를 밝힘으로써 단번에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과거 두차례 배상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서 특별입법을 통해 세 번째의 배상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친일시비로부터 자유롭고, 민주화의 정통성을 가진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결단을 내릴 자격과 여유가 있습니다.
대신 일본 정부는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강제징용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움직일 수 있습니다.한반도를 대상으로 솔직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던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를 기반으로 하고,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선언처럼 양국 정부간 합의의 형태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스가 총리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이 기간중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열려 양국 관계에 돌파구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면 당장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방역협력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유럽처럼 동북아에서도 전력 수퍼그리드를 구축하는 일도 한일 두 나라가 손을 잡으면 능히 해낼 수 있습니다. 유럽은 전력을 이미 모든 국가가 나눠서 쓰고 있습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은 양국 국민 모두가 상호협력의 생산적 결과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메가 프로젝트(Mega Project)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한일비전포럼의 멤버인 LS 구자열 회장의 숙원 사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유럽통합의 첫 걸음이 석탄과 철강 공동체를 만든데서 시작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 양국은 모두 자원빈국이며 해외의존도가 높습니다. 두 나라가 손잡고 해외로부터의 자원개발과 수입을 공동으로 할 경우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양국이 비교우위 분야를 결합해 합리적인 분업으로 대처하면 해외인프라 수주 경쟁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입니다.
한일 FTA 체결도 급진전될 것입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관계를 비정치적인 경제통상분야 협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양국은 신성장동력 분야인 4차산업에서 체계적인 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SK반도체는 일본 도시바 반도체에 투자하고, 한국의 일본내 투자기업인 네이버 라인이 일본의 야후재팬과 손을 잡았습니다. 양국은 에너지 다소비국가입니다. 에너지‧기후변화‧녹색성장에서 협력이 가능합니다. 표준화와 특허 분야에서도 북미‧유럽과의 경쟁에서 힘을 합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 대한 공동대응도 절실합니다.먼저 경험한 일본과 이제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든 한국이 협력하면 제약, 의료기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 지원 서비스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실버사업을 키우면 10년안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중국 등의 나라를 상대로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펼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 3위와 11위의 경제강국입니다. 상호의존도가 높은 두 나라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해서 세계 경제를 견인해야 할 공동의 책무가 있습니다. 양국의 산업구조는 수직적 협력관계에서 어느덧 수평적 경쟁구조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각자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윈윈(win-win)의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여러분, 한국은 2002년 한일공동월드컵 때처럼 내년 도쿄 올림픽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합니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적 관계를 복원할 때 미국과의 관계를 증진할 수 있고, 중국으로부터도 더 공정한 대접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 일본, 미국, 중국의 존중을 받는다면 북한도 한국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독일과 프랑스는 1963년 아데나워 수상과 드골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엘리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세 번에 걸쳐 큰 전쟁을 했던 두 나라는 지속적으로 인적교류가 확대됐고 관계도 극적으로 개선됐습니다. 두 나라는 유럽 통합의 쌍두마차로 선두에 섰고, 이는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한일 간 연간 1000만명 교류의 시대입니다.
한일 두 나라도 아시아판 엘리제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합니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북일 국교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침 스가 총리는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도울 의사가 있습니다. 일본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에 동참하는 것은 양국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일청구권 자금은 북한이 개방됐을 때 경제 개발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 수요는 돌파구가 필요한 일본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을 북한 변화의 촉매제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됩니다. 두 나라가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이렇게 차고도 넘칩니다.
여러분, 도고 시게노리는 태평양 전쟁 개전과 패전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고, 도쿄 재판에서 A급전범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중 사망했습니다. 그는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단 조선 도공의 후예입니다. 그의 손자인 도고 가즈히코 교토 산업대 교수는 외무성 조약국장과 네덜란드 대사를 지낸 외교관입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일본 스스로 타자의 고통을 느끼고 타자의 괴로움을 이해하는 겸허함 위에 서는 것이다. 겸허함의 좁은 문으로 일본인이 들어간다면, 일본의 고통도 반드시 타자로부터 이해받을 것이다. 타자의 심리를 알지 못하고 자기의 정의를 자랑하는 오만은 지금 일본에게는 광기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울림이 있는 감동적인 메시지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립니다. 일본이 우려하는 1965년 한일협정 체제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제가 운영하는 한일비전 포럼을 통해 민간 차원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는대로 유사시 한국 안보의 배후역할을 하는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 곳은 한국 방위를 위해 일본은 국외자가 아닌 안보의 안전핀임을 실증하는 시설입니다. 따라서 한일비전포럼의 유엔사 후방기지 방문은 한일 양국과 미국 3각안보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현재 평가절하된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도록 여론을 환기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한일 양국은 동양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서양 문명을 받아들여 근대화에 성공한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특별하고 위대한 이웃인 두 나라가 손을 잡으면 서구 위주 세계 질서의 위기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출신 아방가르드 예술가인 오노 요코는 “홀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습니다. 1500년간 서로 존경하는 이웃이었던 두 나라가 손잡고 아시아 평화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것이 여러분과 제가 함께 꾸는 꿈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 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 헌신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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